[이슈분석]해외 소재 기업 한국서 공장 증설 '러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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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수의 소재 기업이 한국에 생산 공장을 늘리고 있다. 도레이, 바커, 바스프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소재 기업들이 최근 들어 한국 투자 확대나 공장 증설 계획을 잇달아 밝히면서 주목 받고 있다. 국내 기업이 해외로 공장을 내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기업의 국내 공장 확대는 눈길을 끈다. 한국이 동남아권 국가에 비해 높은 인건비에도 우수 인재가 많고, 삼성·LG·SK·현대 등 수요 기업군이 탄탄하다는 점이 해외 기업의 공장 유치를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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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프 전남 여수에 전자소재 생산공장 완공

◇전자·소재·재료 기업 한국 투자 '활발'

일본 도레이는 최근 2020년까지 한국에 총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차전지 분리막 생산 라인 증설에 5500억원을 투자하는 등 공격 투자 계획을 밝혔다.

도레이는 1963년 한국에 나일론 제조 기술 공여로 진출했다. 도레이 첨단소재, 도레이 케미칼, 스템코, 도레이 배터리 세퍼레이터 필름코리아(TBSK), 도레이 BSF코팅코리아(TBCK) 등 주요 관계사들이 국내에 진출했다. 한국도레이그룹은 지난해 기준 매출 2조8000억원을 올렸다. 도레이 전체 매출의 약 14%를 차지한다. 도레이는 앞으로 약 1조원에 이르는 추가 투자를 통해 2020년 매출 5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바스프(BASF)는 전남 여수에 전자소재 생산 공장을 완공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신규 공장에서는 최첨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쓰이는 초고순도 암모니아수를 생산한다. 현재 차세대 반도체 공정에 활용되는 에칭용 혼합물 등 전자소재 양산을 위한 설비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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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프 전남 여수에 전자소재 생산공장 완공

바스프는 2013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자소재 사업본부를 서울에 설립했다. 2014년에는 경기도 수원에 아·태지역 전자소재 연구개발(R&D) 센터를 개소했다. 올해 초 글로벌 디스플레이 조직을 서울로 이전한 이후 이번 여수 신규 공장까지 완공하며 한국에 제조 역량 핵심 설비를 강화하고 있다. 바스프는 한국에서 고기능 열경화성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 세계 시장에 공급한다. 바스프는 1980년 효성바스프 설립 이래 여수, 안산, 군산, 울산, 예산 등 8곳에 생산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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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커는 최근 833억원을 투자해서 울산에 폴리머 바인더 생산 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 울산 공장에 연간 8만톤 생산이 가능한 건축용 폴리머 파우더용 분무 건조기를 새로 증축한다. 바커는 재분산성 폴리머 파우더(VAE) 디스퍼전 반응기를 추가로 설치한다. 추가 설치 예정인 반응기에서 생산하는 VAE 디스퍼전은 분무 건조기에서 건축용 폴리머 파우더를 제조하기 위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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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커 울산 공장 폴리머 파우더 공장 신설 기공식 시삽식

바커는 충북 진천 공장도 증설해 건축 산업용 실리콘 실란트, 전자·자동차 산업용 발광다이오드(LED) 봉지재, 열 전도성 소재·액상 실리콘 엘라스토머를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은 2018년 1분기부터 시작한다. 투자 규모는 1600만유로(약 200억원)에 이르며,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바커 진천 실리콘 신공장은 산수산업단지 신규 부지에 건설된다. 이곳에서 전자재료용 스페셜티 실리콘 제품과 건축용 실리콘 실란트 제품을 생산한다.

바커는 2012년 한국에 실리콘 전자재료 기술연구소를 설립, 한국 법인을 전자재료 R&D 전초기지로 키우고 있다.

◇잇따른 투자 러시…왜?

다국적 화학, 소재 기업들이 잇달아 한국에 공장을 증설하고 투자에 적극성을 띠는 이유는 수요 기업에 밀착 대응하겠다는 전략에서 비롯됐다.

도레이는 최근 1조원이라는 '통 큰 투자' 이유에 대해 “한국에는 삼성전자, 현대차, SK 등 세계 정상급 기업이 많고 이들과 산업자재, 소재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어서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인건비를 일본과 비교해선 아직까지 유리한 데다 첨단 소재 기술을 다루다 보니 우수한 인재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정이다.

바스프는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쓰이는 각종 소재와 재료 생산 허브로 한국을 삼았다. 한국이 최첨단 전자부품,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 시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바스프 관계자는 “한국 고객사와 긴밀히 협력해서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고, 한국 연구개발(R&D)센터와 상호보완 관계를 유지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바커는 아시아 전자재료 시장 생산 허브를 한국으로 정했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 공급할 핵심 재료를 한국에서 제조한다. 급속도로 커지는 자동차 전장 재료 시장에도 대응하기 위해 R&D를 강화하고 있다.

바커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장 분야 글로벌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한국을 주요 아시아 생산 거점으로 삼고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소재·화학 기업의 한국 투자는 단순 생산 공장 입지보다 마케팅과 영업 측면으로 볼 때 최적의 장소라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생산 공장으로는 저렴한 인건비와 세제 혜택 등이 우선이지만 마케팅과 영업 측면에서는 현지 고객사의 대응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과 LG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은 그곳이 생산 기지로서 인건비, 생산비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라기보다 현지 마케팅과 영업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면서 “이처럼 세계 유수의 화학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터를 넓혀 가고 있다는 건 그만큼 한국 기업 대응력을 더욱 높이겠다는 영업 전략으로 풀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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