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시장 진출이 눈앞에 다가왔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국영 반도체 업체 XMC를 인수하고 산하에 창장춘추과기를 세웠다. 칭화유니는 이 회사의 지분 80%를 갖고 있다. 인텔도 20% 지분 투자를 했다. 미국 플래시메모리 전문 업체 스펜션과 기술 제휴도 했다. 창장춘추과기는 난징에 3D 낸드플래시 공장을 짓고 있다. 이 회사는 내년에 300㎜ 웨이퍼 월 10만장 규모로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할 계획이다. 2020년까지 생산량을 30만장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장기 비전에는 D램 시장 진출도 포함됐다.
푸젠진화집적회로공사는 대만 파운드리업체 UMC와 푸젠성 합작으로 진장시에 만들어진 회사다. UMC의 32나노 28나노 D램 기술을 이관 받아 중국 내에서 내년에 양산을 시작한다. UMC는 D램 파운드리 사업을 지속 펼쳐 왔다. 합작회사의 초기 투자 규모는 6조원, 생산 능력은 월 웨이퍼 투입량 6만장이다. 푸젠진화는 5년 안에 D램 생산 능력을 두 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위치한 허페이창신 역시 푸젠진화와 마찬가지로 내년에 D램 생산 계획을 세웠다. 투자 규모는 8조원이 넘고, 월 웨이퍼 투입량은 10만장에 이를 것으로 확인됐다.
창장춘추과기, 푸젠진화, 허페이창신을 이끄는 메모리 기술자는 모두 대만인이다. 창장춘추과기는 난야 사장 출신 찰스 고, 푸젠진화는 렉스칩 사장 출신 찰스 추, 허페이창신은 이노테라 부사장 출신 데이비드 류가 각각 기술 개발과 투자를 지휘한다. 대만인이 키를 잡고 있는 중국 메모리 업체에 한국 엔지니어가 가 봤자 큰 역할을 맡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라인당 1500명 근무할 듯
국내에선 반도체 생산 라인당 공정, 설비 엔지니어 약 700명이 근무한다. 대만은 한국보다 2배가 넘는 15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대만에서 더 많은 인력을 쓰는 이유는 개인의 능력은 물론 생산 공정 숙련도 전반이 한국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만 메모리 산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 중국 메모리 투자와 생산을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메모리 업계의 필요 인력도 라인당 1500명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1단계로 생산 라인을 기획하고 건설하는 동안에는 경력 10~15년의 인력 200여명이 필요하다. 이 인력은 대거 대만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중국이 대만인을 선호하는 이유는 말이 통하고, 한국과 비교해 인건비가 낮기 때문이다. 대만은 대졸 신입사원 월급이 평균 130만원에 그친다. 2~3배를 준다 하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2단계로 생산 라인이 건설되고 양산에 들어갈 때는 5년차 정도의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중국과 대만 메모리 산업에 정통한 관계자는 “우시(SK하이닉스)와 시안(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중국인 엔지니어가 영입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대만인이 주류인 중국 메모리 산업에서 한국 인력이 채용돼 봤자 핵심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단물만 빨리고 버려지게 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정상으로 운영된다고 가정하면 3단계는 베이징대, 칭화대 등을 졸업한 우수 인력이 신입사원으로 채용될 수 있다. 1980년대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진출한 이후 이 같은 길을 따라왔다.
◇메모리 시황에도 영향 미칠까
내년 하반기부터 중국이 D램과 낸드플래시를 찍어 내면 시황에도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D램 웨이퍼 투입량은 월 110만장이다. 중국에서 16만장 이상 생산이 이뤄지면 공급량이 10% 이상 늘어난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주요 업체들이 3D 제품의 기술 장벽을 넘어 적극 증설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공급량 증가 우려가 D램보다 크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호황이 이어지면 중국에서 28나노, 32나노 D램을 생산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면서 “기존 메모리 업계 강자들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메모리 물량을 더 찍어낼 지가 앞으로의 시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