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를 읽으면 최근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초대형 투자은행(investment bank, IB)입니다. 지난 13일 한국투자증권이 대형증권사 중에서 최초로 단기금융업(발행어음사업) 승인을 받으며 초대형IB 1호를 선점했습니다.
초대형IB 지정을 신청한 곳은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5개사로, 이 중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게 단기금융업 인가안이 상정, 통과됐습니다. 나머지 증권사들도 외환업무와 비상장주식 중개업무 등은 가능하지만, 핵심 업무인 단기금융업은 심사중입니다.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된 초대형 IB를 알아봅니다.
Q:투자은행(IB)은 일반은행과 무엇이 다른가요?
A:일반은행은 개인이나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예금을 받거나 대출을 해줘 이익을 얻는 상업은행(commercial bank)을 가리킵니다.
IB 고유 업무는 증권, 채권 등 인수 및 판매를 위주로는 증권업무를 의미합니다. 신규증권 발행으로 장기자금을 조달하려는 자금 수요자와 공급자인 투자자 사이를 연결하는 중개기능이 주요 업무입니다.
최근 IB 업무는 다양해졌습니다. 소비자금융뿐만 아니라 단기 금융시장 업무, 선물옵션, 파생금융상품 업무, 투자신탁, 투자자문 업무, 부동산관련 업무, 인수합병(M&A) 등까지 합니다.
은행, 보험사, 부동산회사 등 자회사를 두고 여러 복합상품을 취급하는 종합금융서비스를 취급합니다. 결국 IB 핵심은 투자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기업금융 역할입니다.
대형 IB들은 기업의 해외증권 발행 등을 대행해주면서 높은 수수료를 받습니다. 또 회사 M&A를 적극 중개하기도 하고, 때에 따라 자신이 직접 기업을 샀다가 기업가치를 높인 후 되팔기도 합니다. 해외의 대표적 IB로는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을 꼽습니다.
Q:왜 초대형 IB가 필요한가요?
A:IB는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자본력, 위험을 제어할 수 있는 전문성, 투자자와 자금수요자 등 시장의 신뢰와 평판을 바탕으로 한 네트워크와 대규모 자금조달 능력이 필요합니다.
초대형 IB는 은행과 벤처캐피털(VC) 중심의 자금 공급만으로 성장잠재력이 큰 혁신기업의 집중적 투자나 자금 공급이 어렵다는 한계에서 나왔습니다.
대출 중심 은행은 기업의 성장에 따른 과실을 나눌 수 없기 때문에 위험을 무릎쓰고 자금 공급에 나서지 않습니다. VC는 자본력이 취약해 자금공급 규모가 작기 때문에 과감한 장기 투자가 어렵습니다.
해외에서는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IB가 에어비앤비, 우버 등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해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유니콘기업으로 성장을 이끌어낸 사례가 있습니다.
또 세계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나 M&A 중개·주선 등의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해줄 금융의 역할도 더욱 커졌습니다.
Q:우리나라 IB 현황은 어떤가요?
A:그동안 정부는 혁신 기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모험자본을 공급할 수 있는 기업금융이 필요하다고 판단, 지속적으로 IB제도 선진화, 대형화를 추진해왔습니다.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도입 후 4년이 지났으나 모험자본 공급과 관련 IB 경쟁력은 부족하다는 진단입니다. 증권회사 수익구조도 위탁매매가 절반 상당 차지하는 등 여전히 중개업에만 갇혀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도 IB로서 적극적 기능을 수행하기에 자기자본 규모가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자금조달 능력이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작년 기준 국내 6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기자본은 3조~6조원대로 일본 노무라(28조1000억원), 중국 중신증권(25조6000억원), 말레이시아 CIMB(11조7000억원) 등 아시아 주요국 대표 증권사들에 비해 현저히 작은 상황입니다.
IB로서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저렴하고 안정적인 자금조달 수단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은행에 비해 높은 자금조달 비용과 엄격한 자본규제 등으로 기업 대상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Q:초대형IB 조건과 그 효과는 무엇인가요?
A:핵심은 발행어음 업무 허용입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증권사)가 기업금융 업무 등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어음 발행업무를 허용합니다.
발행어음은 발행절차가 간편해 다수 투자자로부터 상시 자금수탁이 가능합니다. 또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레버리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기업금융 의무비율을 최소 50% 이상 둬 기업금융 확대에 우선 사용하도록 합니다.
단 초대형 IB의 발행어음은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고, 수탁한도가 존재해 금융기관 파산시 예금자보호가 되는 은행예금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는 예탁 받은 금전을 통합·운용하고, 그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종합투자계좌(IMA)'업무를 허용합니다.
이를 위해 증권사들은 M&A, 유상증자 등을 자기자본을 대폭 확충하고, 정보통신기술(ICT)업체와 조인트벤처투자조합 설립 등을 추진했습니다. 미래에셋대우가 대표적입니다.
금융투자협회는 초대형IB를 신청한 5개 증권사(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투자증권, 삼성증권)가 단기금융업을 시작하면, 약 49조2000억원의 자금조달이 가능하고, 이중 절반(24조6000억원)이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의무투자하게 되므로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전망했습니다. 이런 투자를 통해 21만~43만명의 일자리창출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책 소개>
『투자은행업과 한국 자본시장』 주상룡·최선호 지음, 신론사 펴냄
한국경제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면서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산업자본의 축적을 이뤘다. 이 결과 세계적 수준의 제조기술과 세계적 규모의 산업자본이 축적됐다. 그러나 그밖의 서비스 산업분야 특히 금융산업분야의 더딘 발전 속도가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책은 투자은행업, 금융위기, 외환위기, 금산분리, 자본시장통합법 등 최근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이슈들을 쉽게 설명하면서 금융업 전반에 대한 이해와 발전을 도모한다.
『투자은행과 사모펀드』 선선규·홍성현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뉴욕 월가 IB 밸류에이션 모델과 글로벌 사모펀드에서 쓰이는 투자분석, 판단 자료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헤지펀드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모펀드 조성 및 기업 투자 절차를 비롯해 업계 전반적 생태에 대한 이해, 실무진 레벨에서 사용하는 유용한 분석 도구 활용을 두루 설명하고 있다. 금융계 입성을 꿈꾸는 대학생부터 M&A 업무에 관한 좀 더 전문적 지식 습득을 원하는 직장인이 대상이다.
주최: 전자신문, 후원: 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