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음식 등 생활환경이 바뀌면서 알레르기 질환자가 급증한다. 치료를 위해 원인규명과 정확한 진단이 필수지만, 알레르기 원인물질 자원화가 전무하다. 한국인 특이적 알레르기 질환 치료를 위해 체계적 자원화가 선행돼야 한다.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알레르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496만명에 달한다. 2014년 1470만명에서 2015년 1440만명으로 감소했다가 작년 다시 50만명 이상 증가했다. 국민 5명 중 1명꼴로 알레르기 질환으로 불편을 겪는다.
알레르기 질환은 혈관운동성 및 알레르기성 비염, 아토피피부염,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 두드러기 등 다양하다. 환자 수는 산업화에 따라 급속도로 늘었다. 환경적 영향을 많이 받는 질환 특성상 산업화에 따른 음식, 주거, 위생 환경이 바뀌면서 대표적 면역질환으로 떠올랐다.
알레르기 원인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는다. 알레르겐은 천식,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 물질이다. 반복적 체내 축적으로 만성적 염증, 면역과민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흡, 식이, 피부 등으로 체내 유입된다.
대표적 알레르겐으로 '집먼지진드기'가 꼽힌다. 세브란스병원이 알레르기환자 약 1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집먼지진드기 감작률(알레르기 항원에 반응하는 비율)이 52%에 달했다. 큰다리먼지진드기가 39.8%로 집먼지진드기 중 가장 많다. 바퀴 알레르겐(19.6%), 개털 알레르겐(5.9%)이 뒤를 이었다.
꽃가루 알레르겐도 주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다. 참나무, 환삼덩굴이 있다. 두 식물은 봄과 가을에 알레르기를 주로 유발한다. 계란, 우유, 대두, 메밀 등은 소아 알레르기 유발 원인 식품 95%를 차지한다.
알레르겐은 국가, 지역, 환경별로 다양하다. 집먼지진드기는 같은 종이지만 서열 차이로 항원성이 다르다. 환삼덩굴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특이적으로 분포하는 알레르겐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원 관리는 전무하다. 일부 연구자가 관심 있는 알레르겐을 모으지만, 질병 진단과 치료영역에 활용할 자원은 없다. 90% 이상 수입에 의존한다.
지영구 단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우리나라 알레르기 환자를 진료, 치료할 때는 특이적 알레르겐 자원이 필요하지만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면서 “미국, 유럽에서 수집한 진드기나 꽃가루를 진단에 활용하면 우리나라 환자에 맞지 않거나 진단키트 등 산업화에 활용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내 알레르기 질환 증가는 삶의 질 저하는 물론 국가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킨다. 개인별 맞춤형 치료가 화두인 상황에서 한국인 특성을 고려한 알레르겐 자원화 필요성도 커진다. 기후, 환경변화에 맞춘 국내 알레르겐 분포와 감작 현황을 분석, 한국형 알레르겐 자원은행 구축이 필요하다.
지 교수는 “알레르기를 포함해 면역질환 치료를 위해 한국인에 맞는 국내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면서 “표준화한 알레르겐 자원과 진단키트, 치료 방법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필요성을 인식한다. 질병관리본부는 한국형 알레르겐 자원화 은행 구축을 검토한다. 국내 알레르겐 자원화 현황과 기술 수요를 조사 중이다. 예산 확보는 미지수다.
이점규 질병관리본부 호흡기·알레르기질환과장은 “연세대 등 일부 연구진이 관심 있는 자원을 모으고 있지만 국가 차원 체계적 수집·관리는 이뤄지지 못한다”면서 “외래 알레르겐 자원으로 진단이 안 되는 것을 한국화하고 진단·치료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