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회연설서 북한에 거듭경고 한미동맹 강조…FTA는 언급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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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을 국빈방문 한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국회 연설에서 “우리는 군사 협력 증진, 공정성과 호혜의 원칙 아래 생산적인 양국의 이익을 다졌다”고 밝혔다. 굳건한 한·미 동맹을 강조하며 “미국과 동맹에 어떠한 위협이나 공격도 방관하지 않겠다”고 힘줘 말했다.

예상과 달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통상 문제 언급은 자제했다. 전날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미국 무기 구매 계획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이날 오전 11시쯤 연설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출입구까지 나가 트럼프 대통령 내외를 맞이했다. 정 의장을 비롯한 여야 원내대표단과 10여분 동안 환담을 나눈 뒤 11시 20분쯤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국회의원과 외교 사절 등 550여명이 기립 박수로 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5분여 동안 연설 대부분을 북핵 해결 의지 표명과 한국 국민에 대한 찬사에 할애했다.

그는 “양국 동맹은 전쟁의 시련 속에서 싹이 텄다”면서 “1953년 정전 협정 때 아름다운 서울은 대부분 초토화됐다. 경제는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세대에 걸쳐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위대한 나라가 됐다”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과학자와 공학자는 엄청나게 많은 훌륭한 것을 발견했다”면서 “기술을 확대하고 의료 치료법도 개발했다. 우주 불가사의도 탐사한다”며 한국의 첨단기술력을 높게 평가했다. 음악과 골프 등 세계 수준의 문화·체육 역량에도 호평을 보냈다.

한·미 동맹과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힘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고자 한다. 한국이 어떤 나라보다 잘되길 바라며,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면서 “한국은 신뢰하는 동맹국이다. 미래도 의심치 않는다”며 전날 기자회견에 이어 '코리아 패싱' 논란을 다시 한 번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자제력을 유약함으로 생각했다. 이는 심각한 오판”이라면서 “우리는 과거 행정부와 다른 행정부다. 오늘 나는 우리 양국뿐만 아니라 모든 문명국을 대신해 북한에 말한다.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마라. 시험하지도 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이나 동맹국이 협박·공격받는 것을 허용치 않는다”면서 “이 땅은 우리가 생명을 걸고 지킨 땅”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한을 직접 비교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남한이 북한 체제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거듭 부각시켰다. 그는 “이것은 하나의 민족, 두 개의 한국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삶을 꾸려 나가고 자유와 정의, 문명과 성취라는 미래를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다른 한쪽은 부패한 지도자가 압제와 파시즘, 탄압이라는 기치 아래 자국민을 감옥에 넣었다. 역사의 실험실에서 벌어진 비극적 결과”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변명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힘의 시대”라면서 “평화를 위하면 우리는 늘 강해야 한다”며 부국강병론을 강변했다. 그는 “우리는 자유로운 하나의 한국, 가족의 재회를 꿈꾼다”면서 “한반도에서의 핵 악몽은 가고 아름다운 날이 오길 기대한다”며 연설을 마쳤다.

연설 중에 한·미 FTA나 무역 불균형을 둘러싼 돌출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양국 간 호혜 원칙과 생산적 이익'을 언급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정세균 의장은 트럼프 연설에 앞선 환영사에서 “한국과 미국은 안보 동맹에서 시작해 경제 동맹을 넘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면서 “이번 방문이 양국 우의와 공동번영의 새로운 머릿돌이 되길 기대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