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서 전환 초대형 크기에 초박형 구현...삼성·LGD, 유리도광판 도입
두께 5㎜ 벽지 수준의 초박형 액정표시장치(LCD) TV 시대가 열린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구현한 '벽지형 TV'가 LCD에도 구현되는 셈이다. 70인치대 대형 LCD TV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를 겨냥해 내년부터 초박형 프리미엄 TV 디자인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최근 플라스틱 도광판을 유리 도광판으로 대체한 LCD TV 패널 신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유리 도광판에 퀀텀닷(QD) 재료를 코팅한 새로운 QD 패널 기술을 개발하고 고객사 확보에 나섰다.
LCD는 별도의 광원이 필요 없는 OLED와 달리 광원과 관련 여러 부품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체 TV 두께가 OLED보다 두껍다. LG전자가 벽지처럼 얇은 TV를 콘셉트로 출시한 월페이퍼 OLED TV는 두께가 4㎜에 불과하다. 반면에 일반 LCD TV 두께는 10~15㎜에 달한다.
LCD TV 패널에 유리 도광판을 사용하면 두께를 대폭 얇게 줄일 수 있다. 초고화질과 초대형 크기뿐만 아니라 얇고 가벼운 디자인까지 고려해야 하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LCD가 OLED 장점을 따라잡을 수 있게 된다.
도광판(Light Guide Plate)은 백라이트유닛(BLU) 핵심 부품이다. 에지형 LED 방식 LCD의 경우 도광판 옆에 위치한 LED 빛이 도광판을 거치면서 넓은 디스플레이 면에 균일하게 분산된다. 도광판은 빛을 면에 균일하고 밝게 분산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도광한 핵심 소재는 투명한 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PMMA) 계열을 주로 사용한다. 강도가 높아 잘 깨지지 않고 가벼운 데다 가시광선 영역에서 빛 흡수성이 고분자 가운데 가장 낮아 투명성과 광택이 좋다. 그러나 열과 습기에 약해 뒤틀리거나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TV 설계 시 베젤 폭을 넓히고 공기층(에어갭)을 형성한다. 이는 백라이트 디자인이 두꺼워지는 단점을 유발한다.
유리는 열과 습기에 잘 견뎌 새로운 도광판 재료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기존 소재보다 광 특성이 낮아 널리 채택되지 못했다. 디스플레이용 유리 제조업계는 유리 조성을 변화시키며 도광판 특성에 최적화한 제품을 개발했다.
아사히글라스는 기존 도광판보다 20배 이상 강도가 높고 열 변형률은 8분의 1, 습도에 의한 팽창은 100분의 1 수준으로 각각 낮춘 유리 도광판 'XCV'를 개발하고 지난 7월부터 LG디스플레이에 공급을 시작했다. 대형 TV에 적합하도록 도광판 두께를 1.8㎜로 구현했다.
LG디스플레이는 아사히글라스 제품을 이용해 초대형 초박형 LCD 패널을 양산할 계획이다. 베젤이 거의 없으면서도 초슬림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어 프리미엄 LCD TV에 적합하다.
코닝은 2015년 유리 도광판 '아이리스'를 출시했다. 당시 일본 사카이디스플레이프로덕트(SDP)와 손잡고 70인치 4K LCD 모듈 시제품을 선보였다. 아이리스 도광판을 이용하면 두께 5㎜ 이하 초박형 LCD TV를 디자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코닝의 유리 도광판을 적용해 두께 4.9㎜를 구현한 65인치 UHD 해상도 슈퍼슬림 커브드 LCD 패널 시제품을 선보였다. 아직 고객사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올해 중순부터 중국을 시작으로 프로모션하고 있다.
두께를 줄이기 위해 QD 필름을 사용하지 않고 유리 도광판에 QD 재료를 코팅했다. 그러나 QD 소재를 열과 습기로부터 보호하는 베리어 필름은 그대로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추후 컬러필터와 QD를 일체화시켜서 두께를 줄이고 색 재현력과 휘도 등을 높인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 기업이 유리 도광판을 사용한 LCD 패널을 공급하면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디자인 차별화 경쟁 수위가 한 단계 높아질 전망이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