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700을 넘어서]혁신성장, 코스닥에 달렸다<상>유망기업 못 키우는 2부 리그

<편집자 주>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시가총액 상위종목은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페이스북이다. 혁신기업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세계경제를 제패하는 원동력이 됐다.

저성장 위기 해결은 혁신기업 육성에 달렸다. 코스닥시장 활성화는 대기업 위주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회복할 수 있는 첫 걸음이자 완성이다. 코스닥 지수 700선 돌파를 넘어 모험자본시장으로서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짚어본다.

Photo Image
코스닥 로고

코스닥지수가 700고지를 눈앞에 뒀다.

마지막으로 코스닥이 700선을 넘었던 것은 약 1년 3개월 전이다. 지난해 8월 12일 705.18을 기록하고, 한때 6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코스닥은 올해 1월 2일 632.04에서 개장해 지수는 상승했지만, 거북이 행보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2022.23으로 시작했던 코스피지수는 파죽지세다. 10개월 동안 500포인트(P) 넘게 올랐다. 지수 상승률도 각각 11%, 25%로 갑절 차이다.

코스닥은 1996년 첨단벤처기업 중심 시장으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개설 21년째를 맞은 현재 모험자본시장으로서 역동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스타기업 떠나는 2부 리그 '코스닥'

코스닥은 대표적 사례가 카카오·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 상장, 공매도 논란, 테마주 문제 등을 겪고 있다.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코스닥은 올해 시가총액 상위종목 2개 기업의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이 결정됐다. 카카오가 7월 이전 상장을 완료했고, 셀트리온이 내년 2월경 이전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 시총은 10조원이 넘고, 셀트리온은 21조원이 넘는 코스닥 대장주다.

Photo Image
셀트리온 제1공장 전경

증시를 이끄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외면이 코스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시총 기준 코스피 주식의 37%는 외국인이 보유한다. 코스닥은 12% 수준이다. 주요투자자의 외면은 개인투자자의 코스피 이전 요구 등으로 이어졌다.

코스닥의 부진은 사실상 수직 계열화된 코넥스 등의 스타트업 자금시장도 경색시켰다. 코넥스 시장 일평균 거래액은 2015년 18억2000만원에서 작년 24억7000만원으로 늘었다가 올해는 13억1000만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출구가 없는 모험자본시장

정부가 모태펀드 정책금융을 통해 창업을 유도하면서 기업은 늘었지만 코스닥 상장까지 가는 기업은 적다. 창업에서 기업공개(IPO)까지 걸리는 시간은 12년으로 줄지 않고 있다.

적자기업에 문을 열어주는 '테슬라요건(이익 미실현기업 상장제도)'은 시행 1년이 다 되도록 개점휴업 중이다. 1호 기업은 내년에나 나올 전망이다.

코스닥은 가상화폐 시장에도 뒤처지는 수모를 당했다. 8월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은 국내 비트코인 일 거래액이 2조6018억원을 돌파해 코스닥시장 일 거래액(2조4300억원)을 뛰어 넘었었다고 밝힌 바 있다.

Photo Image
여의도에 만들어진 가상화폐 거래소 시세판 모습(코인원)

일부 벤처·스타트업 기업 중에서는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조달(ICO)을 IPO 대신 고려하기도 했다. 까다로운 거래소 공모보다 자금조달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9월 자본시장연구원 20주년 컨퍼런스에서 “우리나라 IPO시장은 위험한 회사를 데리고 나오기 부담스럽다”며 “기관투자자의 위험회피 성향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서 중소벤처기업 위주 정책 효과를 기대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와 업계 너나 할 것 없이 '코스닥 살리기'를 외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스닥기업에 대한 과감한 세제혜택과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가이드라인 제시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거래소 차원에서도 신규 상장기업 유치를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하고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검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