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안 된 중국산 부품 사용 많아...가격경쟁 매몰 품질 저하 우려
우리나라 전기자동차 충전기 가격이 2년 새 절반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량 생산체계로 인한 가격인하가 아닌 정부·공기업 최저가입찰방식으로 입찰경쟁이 과열된 탓이다. 저가입찰로 발주처는 예산 절감효과를 보겠지만, 시장 검증이 안 된 중국산 부품 사용 등 안전·품질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31일 한국전력이 최근 공공 발주한 급속충전기(50㎾h급) 구매 사업에서 충전기 당 가격이 1280만원에 낙찰됐다. 2015년 2607만원(조달청 낙찰가 기준)이던 급속충전기가 2년 만에 절반 넘게 떨어졌다. 지난해 평균 낙찰가(2020만원)와 비교해도 40% 가량 낮다.
환경부 환경공단이 올해 다수의 걸쳐 실시한 입찰에서도 전기공사비를 제외한 평균 낙찰가가 1600만원 수준을 기록했다. 이 역시도 2015년, 2016년과 각각 비교해 39%, 21% 떨어졌다.
한전과 환경공단은 최대 발주처로 국내 깔린 급속충전기 90% 이상이 이들 발주 물량이다. 이들 발주처는 최저가입찰방식으로 충전기 공급에 필요한 최소 요건만 갖추면 입찰에 참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현행 입찰제도가 저가 위주의 과다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충전기 업체 관계자는 “원가 절감 요인이 없는 상황에 계속해서 단가를 낮추다보니 저가 부품 사용할 수밖에 없어 품질 저하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더욱이 급속충전기는 일반 전기보다 10배 이상 높은 고압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가 경쟁으로 올 들어 충전기 생산업체는 네 곳에서 두 곳으로 줄었고, 다른 회사가 만든 제품으로 입찰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다수 업체는 자사 제품이나 기존 국내 제작사 제품 대신 저가의 중국산 제품으로 입찰에 참여해 대규모 물량 낙찰까지 받았다.
이에 전기차·충전기 업계는 한전과 환경공단에 공급되는 충전기가 공용 충전인프라에 사용되는 만큼, 저가 위주의 경쟁보다는 품질로 경쟁하는 시장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저가 경쟁으로 중국산 부품을 쓰는 게 일반화되는 추세다”며 “최저가입찰방식을 탈피해 기술력과 설치능력, 공급실적, 사후관리(A/S) 지원 등으로 확대해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전과 환경공단은 최근 검증안된 중국산 제품 사용 논란으로 입찰제도를 최저가입찰방식에서 제품 신뢰성 평가 위주로 바꾸는 방안을 결정한 상태다.
한전 관계자는 “충전기 입찰방식을 신뢰성 평가로 전환하는 건 이미 결정됐지만, 인증 방법 등 세부 기준을 마련 중이라 다음 공고가 될 내년초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