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파 기술이 홀로그램 같은 정보통신(IT) 기술과 칫솔, 커피와 같은 일상 제품으로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습니다. 보통 '음파'라는 단어를 들으면 음악이나 언어 분야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 활용 범위는 무한히 넓습니다. 우리가 아침에 한 잔 마시는 커피에도 음파 기술이 적용돼 있을 정도입니다.
1490년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바다 속 튜브에서 전달되는 소리로 배가 있다는 사실을 감지한 실험에서부터 1900년대 초반 음파 탐지 장비 개발, 1940년대 의료 기기에 적용 등 오랜 역사를 거쳐 왔습니다.
현재 음파 기술은 어디까지 적용됐을까요. 미래에는 음파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Q:음파란 무엇인가요?
A:'음파(音波)'는 공기와 같은 매개 물질이 물체의 진동을 받아 생기는 파동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말을 할 때 목의 성대가 떨리고(물체의 진동), 이 떨림을 공기(매질)가 전달받아 상대방 귀에 '소리'로 들리게 하는 파동도 '음파'의 일종입니다.
여기서 '파동(波動)'이란 공간 또는 물질의 한 부분에서 생긴 주기적 진동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위로 멀리 퍼져나가는 현상을 뜻합니다. 1초당 파동이 몇 회 반복되는지를 측정하는 단위를 주파수라 하고 이를 '헤르쯔(Hertz)'로 표시합니다. △인간이 귀를 통해 들을 수 있는 20~2만 헤르쯔(Hz)의 주파수를 '가청음파(audible wave)' △20Hz보다 낮은 주파수를 '초저주파(infrasonic wave)' △2만Hz 이상의 높은 주파수를 '초음파(ultrasonic wave)'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음파기술은 이러한 음파를 처리하거나 가공, 계측 및 해석해 개발한 기술입니다. 과거에는 주로 지뢰탐지기와 수중음파탐지기와 같은 고성능 군사장비나 의료용 초음파 진단기기에 사용됐습니다. 1912년 타이타닉 호가 침몰한 사건이 항해를 목적으로 한 소나(SONAR, 음향탐지장비)가 개발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최근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 생활과 밀접한 분야로 그 활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Q:음파 기술을 적용한 일상 제품은 뭐가 있나요?
A:음파 칫솔이 대표 사례입니다.필립스 음파칫솔 '소닉케어'는 분당 3만1000회의 음파진동이 발생시키는 미세하고 강력한 공기방울이 구강 내 플라크를 제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소닉케어가 만들어내는 음파진동이 수만번 되풀이되면 물 분자를 밀고 당기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데 이때 물 분자 응집력이 파괴되면서 수많은 미세 공기방울이 발생합니다. 공기방울은 치아표면과 잇몸 사이에서 플라크를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빨랫감을 문지르거나 방망이로 때려서 때를 빼는 원리와 유사합니다.
칫솔을 대고만 있어도 공기방울이 알아서 세정해주기 때문에, 무리한 힘으로 인한 잇몸 손상 또는 치아 마모가 일어날 확률이 적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미세한 공기방울이 칫솔모가 닿지 않는 치아와 잇몸 사이사이까지 꼼꼼히 양치해주기 때문에 효과적인 구강관리도 가능합니다.
요새 인기를 끄는 '콜드브루' 커피 한 잔에도 음파 기술이 적용됩니다. '콜드브루' 커피는 원두를 저온의 물에 우려내 추출해야 하기 때문에 완성하는데 보통 4~10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음파진동을 이용하면 10~30분 만에 추출이 가능합니다. 스피커의 음파장에서 발생한 수직 진동으로 커피가루와 커피가루가 빚은 마찰로 커피 성분이 빨리 나오는 원리입니다. 현재 소닉더치코리아의 '소닉더치'와 앤스웨이브의 '스웨이브' 등이 음파 커피머신 시장에 진출해있습니다.
Q:음파 기술의 미래가 궁금해요
A:음파를 활용한 통신기술과 모바일 결제 기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최근 KT는 음파통신기술 스타트업 기업 '사운들리'와 협력, '세컨드스크린'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TV 광고를 보다가 KT 모바일 전자지갑 '클립(CLiP)'을 실행 후 스마트폰을 흔들면, 앱이 광고에서 나오는 음파에 반응해 해당 브랜드 페이지로 연결하는 서비스입니다. 짧은 광고에 담지 못한 다양한 정보들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롯데멤버스는 지난 3월,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엘페이(L.pay)에 결제에 필요한 정보를 소리로 송수신하는 방식을 국내 최초 도입했습니다.
음파결제방식은 바코드식보다 결제과정이 단순하고, 스마트폰 제조사와 상관없이 사용이 가능하며 별도 결제 단말기 설치가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자파가 아닌 음파를 이용하기 때문에 우리 몸뿐만 아니라 애완동물에도 해롭지 않다는 것도 또 다른 특징입니다.
해외에서는 음파 소화기와 같은 생소한 기술이 눈길을 끕니다.2015년 미국 조지메이슨 대학은 30~60Hz의 저주파 음향이 산소와 산화 물질을 분리하는 성질을 활용해 음파 소화기를 개발했습니다. 스프링쿨러나 기존 분말 소화기와 달리 물이나 화학물질 등 잔여물을 남기지 않으며 중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음파 특성상 국제우주정거장에서 활용이 가능합니다.
초음파를 이용해 작은 물체를 들어올리거나 옮길 수 있는 '음파 홀로그램(acoustical hologram)' 기술도 가까운 미래에 상용화될 전망입니다.
스페인 팜플로나 나다라 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로 초음파들이 충돌할 때 생기는 힘을 이용, 작은 공을 위아래 또는 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해있습니다. 환자의 몸에 칼을 대지 않고도 신장에 생긴 돌, 혈전 등을 몸 바깥에서 수술하는 데 활용되거나 특정 약품이 몸 속 원하는 부위로 옮겨질 수 있도록 돕는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책 소개>
◇'배명진 교수의 소리로 읽는 세상' 배명진·김명숙 지음, 김영사 펴냄
소리에 숨겨진 놀라운 능력을 소개하는 소리 탐구서이다. 소리박사로 불리는 배명진 교수는 소리공학자의 입장에서 일상생활에서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소리를 분석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담았다.
부자로 만드는 목소리, 병을 치료하는 '불로톤'의 비밀과 미궁에 빠진 수사를 해결한 1.2초 음성까지 49가지 소리의 놀라운 실체를 밝힌다.
◇'쿵 소리로 깨우는 과학' 안토니오 피셰티 지음, 다림 펴냄
다양한 사례를 통해 파동, 음파, 음속, 초음파, 반향 등 중요한 물리학 개념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며 중학교 과학 교과의 선행 학습을 유도하는 책이다. 사람 귓 속, 스피커 구조에 대한 일러스트를 삽입해 이해도를 높였다.
사람의 신체 기관, 데시벨(dB)과 헤르츠(Hz), 초음파와 초저주파의 다양한 활용, 스피커나 마이크 같은 각종 음향 기기의 구조, 레코드판과 MP3 원리, 영화 속 음향 효과, 동물의 의사소통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를 담았다.
주최: 전자신문, 후원: 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