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리콜車 139만대 도로 달린다 “10대 중 3대는 수리 안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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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결함을 바로잡는 자동차 리콜이 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리콜 결정 이후에도 대상 차량 10대 가운데 3대는 수리를 받지 않고 도로를 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리콜 사례가 빠르게 늘면서 정부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집계된 리콜 대수는 614개 차종 139만2796대에 이른다. 2003년 자동차 자기인증제 도입 이후 리콜이 가장 많이 발생한 해는 2004년으로, 리콜 대수 136만9925대였다.

리콜제는 자동차가 안전 기준에 부적합하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발견된 경우 제조사가 결함 사실을 소유자에게 통보하고 수리나 교환, 환불 등을 통해 결함 내용을 시정하는 제도다. 시정 조치를 통해 안전사고와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재발을 방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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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리콜센터(www.car.go.kr) 홈페이지 화면.

◇올해 리콜 사상 최대 경신…리콜 급증하는 이유는?

자동차 리콜 대수는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앞서 리콜 대수가 100만대를 넘긴 해는 2013년과 2015년으로, 각각 103만7151대 및 103만2906대를 기록했다.

2013년에는 현대·기아차가 브레이크 스위치 접촉 불량으로 19개 차종 82만5000대를 리콜했다. 2015년에는 르노삼성차가 SM3, SM5 승용차 엔진 마운트 고정 볼트 결함으로 39만2000대를 리콜 조치했다. 올해 전체 리콜 규모는 연말까지 3개월 남겨 둔 상황에서 최대 리콜 기록을 경신하며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올해 김광호 전 현대차 부장이 제보한 32건의 제작 결함 의심 사례 대상으로 순차 조사를 진행했다. 현대·기아차는 32건 가운데 3건을 자발 리콜했다. 5건은 강제 리콜 명령, 9건은 무상 수리를 각각 권고 받았다. 자발 리콜을 한 세타2 엔진 결함 차량은 17만대, 강제 리콜 명령을 받은 5건은 24만대였다.

리콜 급증은 판매 차종 다양화와 수입차 성장세가 맞물리면서 다양한 제작 결함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전장 부품의 장착 비율이 늘면서 제작 결함이 뒤늦게 발견되는 것도 리콜이 크게 늘어난 이유다. 소비자가 자신의 차량 결함 내용을 신고, 리콜로 이어지는 사례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리콜 증가는 국가별 인증제도와의 관련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제조사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신차 출시 전 안전 기준 적합 여부를 제조사 스스로 인증하고 판매하는 '자기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실상 출시 전 인증 과정을 제조사의 책임과 의무 사항으로 남겨 둔 셈이다. 자기인증제로 출시 당시 알려지지 않은 제작 결함이 판매 이후 밝혀지는 사례가 많다.

반면에 유럽, 일본, 중국 등은 신차를 판매하기 전에 정부가 직접 안전 기준 적합성을 검증하는 '형식승인제'를 시행한다. 판매 전에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자기인증제를 시행하는 한국이나 북미보다 인증 과정이 까다로운 편이다. 형식승인제를 거친 자동차라 해도 판매 이후 정부가 실시하는 양산적합성평가(COP)를 받아 결함 여부를 판단하고, 문제가 발견될 경우 리콜 명령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도 자기인증제 실시 이후 사후 관리를 위해 '자기인증적합조사'와 '제작결함조사'(안전결함조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기인증적합조사는 제작자가 자기 인증을 통해 판매한 자동차와 부품을 무작위로 구매, 안전 기준 적합 여부를 확인한다. 조사 결과 안전 기준 부적합으로 판정되면 과징금 부과와 리콜이 동시에 진행된다.

제작결함조사는 자동차 안전운행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소비자 결함 정보를 조사하는 제도다. 소비자와 시민단체의 제작 결함 신고, 언론 보도 등으로 결함이 신고 되면 정부가 조사를 실시해서 제작사 자발 리콜을 유도한다. 결함이 인정될 경우 제작사는 무상으로 리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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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을 위해 배출가스 시험을 받고 있는 차량 모습.

◇리콜차 10대 가운데 3대, 수리조차 안 받아

자동차 리콜은 제작 결함이 공개된다는 점과 사후 관리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제조사에 불리할 수도 있지만 소비자 보호와 제조사 신뢰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긍정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지난해 제작 결함으로 리콜을 통보받은 차량 가운데 실제 이를 수리하는 시정 비율은 70% 수준에 머물렀다. 리콜 대상 10대 가운데 3대가 결함에 대한 수리를 받지 않고 도로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리콜이 결정되면 해당 제조사는 소유자에게 우편으로 리콜 사실을 알리지만 제조사에 시정 비율 자체를 강제하는 조항은 마련돼 있지 않다.

리콜을 통보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제조사에 일정 수준 이상의 리콜 시정 비율 달성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의 경우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제조사가 리콜을 적극 시행하도록 유도한다. 이들 국가는 제조사가 결함을 숨기거나 늑장 리콜을 할 경우 차량 판매액의 수십 배에 이르는 벌금을 부과하는 징벌성 손해 배상제 등 정부가 법·제도 규제에 나선다.

국토부는 올해 '자동차 결함 조기 경보제'를 도입했다. 제조사가 무상 수리 등을 목적으로 자동차정비업자와 주고받은 기술 정보 자료나 외부 요청으로 조사한 차량 화재·사고 관련 자료를 국토부에 제출하는 의무 제도다. 국토부는 이 자료를 분석, 결함과의 관련성이 발견되면 선제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편으로만 진행하던 리콜 통지도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확대해 나간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동차 제작 결함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모니터링과 행정 처분 등 사후 관리를 강화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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