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는 이동통신 시장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통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가운데 지원금 상한제와 제조사 자료 제출 의무가 폐지된다. 3년 동안 지속된 제도가 사라지면서 시장에 미칠 영향을 놓고 정부와 이통사·제조사는 물론 유통가, 소비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휴대폰 사은품 과다 지급 기준도 달라진다. 공시 지원금 외 3만원 초과 사은품 광고 행위도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지원금 상한 폐지 이후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조치 가운데 하나다.
◇지원금 상한제, 제 역할 다해
단통법 시행 이전의 이통 지원금(당시 보조금) 상한 가이드라인은 27만원이었다. 가이드라인이지만 방송통신위원회가 사후 제재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실 상한이었다.
단통법 제4조 지원금 상한제(과다 지급 제한)는 이를 법으로 명시, 한층 강화했다. 이통사뿐만 아니라 휴대폰 판매점까지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여 불법 지원금을 막기 위한 기준을 정한 것이다.
지원금 상한제는 지원금 공시제도와 더불어 시장 과열을 막는데 일조했다. 그러나 시장 자율성 훼손이라는 부작용도 있어 3년 동안 한시 시행이 됐다. 10월 1일부터는 이통사가 휴대폰 출고가만큼 지원금을 올릴 수 있다. 온라인 사이트에는 지원금 상향을 기다린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다.
제조사가 유통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과 자급제 단말 출고가를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통위)에 제출하는 '자료 제출' 제도 또한 9월 30일까지 유지된다. 10월부터 정부는 사실 조사를 하기 전까지 제조사 장려금 규모, 자급제 단말 출고가를 알 수 없게 된다.
휴대폰을 구매할 때 받는 지원금에는 제조사와 이통사 장려금이 섞여 있다. 자료 제출 의무가 폐지될 경우 제조사가 시장 상황에 따라 장려금을 늘리거나 줄이는 폭이 커지고, 이 같은 일은 잦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휴대폰 출고가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리베이트 모니터링, 시장 안정화 핵심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된다고 이통사가 곧바로 단말기 출고가만큼 지원금을 올릴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지원금 공시제도가 남아 있어 이통사가 섣불리 지원금을 올리기 어렵다.
1주일 이상 고가 지원금을 유지하면 비용 부담이 커진다. 방통위가 1주일 이상인 현행 지원금 공시 기간을 늘리려는 것도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서다. 물론 일부 단말에서 지원금 상향을 통한 경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25% 요금 할인이 있기 때문에 지원금 경쟁은 최신 스마트폰이 아닌 한정된 구형 제품에서 일회성으로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지원금보다 지역별로 리베이트를 늘려 가입자를 유치하는 경쟁이 예상된다. 이통사 는 시장 상황에 따라 리베이트를 통해 지역별로 가입자를 유치하는 게 지원금 상향보다 유리하다.
리베이트는 간단한 경품에 일부 쓰일 수 있다. 그러나 공시 지원금 이상의 지원금 지급에 쓰이는 경우(페이백 등)엔 불법이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앞두고 불법 페이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한제 폐지와 불법 페이백은 직접 연관되지 않았지만 하나의 규제 폐지가 심리상 다른 규제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제조사 자료 제출 의무 폐지에 따른 시장 변화의 핵심 역시 리베이트다. 판매장려금 자료 제출 의무가 폐지되면 제조사는 고객에게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을 줄일 공산이 크다. 그 대신 리베이트를 올려 단말기 마케팅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보고서에 따르면 자료 제출 의무가 폐지되면 제조사가 유통점 장려금을 확대, 지원금 급변동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제조사 자료 제출 의무의 일몰 연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이 '휴대폰 제조사 편법방지법'을 발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 의원은 제출 의무가 폐지되면 제조사의 판매장려금 축소와 리베이트 상향으로 시장이 혼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이 같은 우려가 해소되지만 도입 여부는 미지수다.
결국 지원금 상한제와 제조사 자료 제출 의무 폐지는 이통사와 제조사 리베이트 정책에 격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관계자는 “10월 1일 이후 리베이트를 비롯한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품 지급 광고도 제재한다
10월부터 이통 대리점·판매점이 공시지원금 이외에 '3만원을 초과하는 사은품을 지급하겠다는 광고'도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신규 스마트폰 출시와 상한제 폐지 등과 맞물려 유통점 간 과열 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통 3사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휴대폰 사은품 과다 지급 유형 및 지급 기준 변경(안)'을 최종 확정, 10월 1일부터 적용한다. 기존에는 3만원 초과 사은품을 지급한 사실이 확인됐을 때 제재했지만 앞으로는 3만원 초과 사은품 지급 광고 행위도 제재 대상이 된다.
포스터 부착, 구두 약속도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어 갤럭시노트8 구매 고객에게 5만원짜리 무선충전기를 지급한다고 구두로 약속하고 실제 지급하지 않더라도 소비자가 안내받은 근거만 명확히 제시하면 제재할 수 있다.
대리점·판매점 사은품 과다 지급 소명 절차도 전면 수정했다. KAIT는 그동안 신고가 접수된 유통점으로부터 사은품 지급 품목이 담긴 세금계산서를 받은 이후 합산 금액을 산출, 위반 여부를 판단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은품명, 사은품 제조사, 코드번호 등을 기입한 사은품 정보를 세금계산서 대신 받는다. 사은품 가격은 네이버 검색 최저가를 기준으로 합산, 제재 여부를 판가름한다.
KAIT 관계자는 “유통점이 제출하는 세금계산서를 기준으로 사은품 총액을 산출하다 보니 문제가 많았다”면서 “네이버 최저가를 기준으로 합산 금액을 따지면 제재 여부를 객관화해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은품 과다 지급에 따른 제재 조치는 현실을 반영했다. 기존에는 사은품 과다 지급 행위와 사은품을 실제로 받지 않은 허위과장광고 두 가지 유형에 대해 제재가 동일했다. 10월부터는 사은품 과다지급 광고를 할 경우 2회 적발 시 대리점을 통한 물건 수급 및 개통·조회 업무 등 거래 중지 15일을 부과한다. 세 번째 적발됐을 때 사전승낙을 철회한다. 사은품 과다 지급 행위가 처음 적발된 판매점에는 경고 및 시정 조치를 내리고 두 번째 적발 시 사전 승낙을 철회한다.
KAIT는 사은품 과다 지급 기준(안) 변경으로 시장 과열 현상 방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에 일선 판매점 온라인 커뮤니티·오픈마켓 등에서 고가 사은품 지급을 약속하는 광고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도 규제의 칼날이 판매점에만 향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KAIT는 “온라인에서 사은품 과다 지급 행위 모니터링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