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세포보다 10배 많은 미생물을 이용하면 질병원인 규명과 치료법 제시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마이크로바이옴 중요성은 의료기관은 물론 정부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국가 차원에서 장기적 육성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제1회 휴먼마이크로바이옴 콘퍼런스' 산업육성 토론회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 중요성을 인지하고, 글로벌 역량확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세계 각국이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시장선점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다. 연구·비즈니스 시작점인 개념 정립부터 규제 개선, 생태계 구축 등 포괄적 아디이어가 제시됐다.
우선돼야 할 것은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인식제고다. 미국을 선두로 유럽, 일본, 중국까지 투자를 확대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산균 혹은 프로바이오틱스 수준에서 이해가 그친다. 국민보건과 산업적 유용성 측면에서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 질병지도가 30년 동안 변했는데, 장내 미생물 분포 변화와 정확히 일치한다”며 “장내 미생물 기반 신약개발로 질병 치료를 넘어 조선, 철강에 이은 성장 동력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규진 코엔바이오 대표는 “우리나라는 전통 발효식품이 풍부해 세계에서도 가장 좋은 미생물 자원을 확보한다”며 “식품 미생물 자원을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R&D 투자를 체계화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국가 전략을 수립하기 전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 정립과 인허가 합리화가 필수라는 주장도 나왔다. 우리나라도 태동기인 것을 감안, 기본적인 가이드라인과 인프라가 부족하다.
이상길 연세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연구 기본은 자원 확보 시점, 성별, 나이 등 다양한 조건 속에서 정상적 마이크로바이옴과 비정상을 구분해 정의를 내리는 것”이라며 “대변 등을 통해 미생물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근 MD헬스케어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나라 바이오헬스 산업을 견인할 기대주지만 이를 견인할 정부 차원 가이드라인은 거의 없다”며 “해외에서 정립된 가이드라인만 참고하는 기존 사례를 벗어나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병원이 자체적인 역량 확보를 위한 노력도 주문됐다. 질병과 연관성 규명에서 확대해 실질적인 솔루션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도 4차 산업혁명 대표 모델인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투자와 규제 합리화 등 지원이 요구된다.
지영구 단국대병원 교수는 “현재 국내 연구는 질병과 마이크로바이옴이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주류지만, 더 많은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왜 연관되는지 기전을 밝혀야 한다”며 “국가는 물론 기업·병원이 기초연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용 천랩 연구소장은 “마이크로바이옴처럼 BT와 IT 융합은 신기술 영역이지만 현재 인허가 정책으로는 기술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세계적 기업과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 규제 개선과 스타트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진 씽크풀 대표는 “아무리 좋은 기술도 산업화가 이어지지 못한다면 수요자에 도달하지 못한다”며 “세계에서 몸에 이로운 미생물이 함유된 발효식품이 가장 많은 우리나라지만 상품화 속도는 뒤쳐지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투자 확대와 규제 합리화를 약속했다. 미생물(생명과학)과 분석역량(ICT)을 결합한 4차 산업혁명 모델을 확대해 차세대 먹거리로 삼을 계획이다.
이석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장은 “내년도 기초연구 분야 R&D 예산이 15%가량 늘어난다”며 “초기 단계 연구에 대해 복지부, 식약처 등과 협업해 네커티브 규제 방식을 확대하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점검 하겠다”고 전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