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이것부터 바꾸자<7> 4차 산업혁명에 맞춘 새 국가 혁신 패러다임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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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구자가 한 권씩 갖고 있는 보고서로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이 있다. 2003년 만들어진 이 보고서는 지식기반사회라는 패러다임 앞에서 태어났다. 제4차 산업혁명 패러다임을 고민하는 오늘과 시대적 동질감이 있다.

'과학기술 중심사회'는 과학기술, 경쟁력, 기초·원천기술, 전략적 투자, 신산업, 성장엔진, 제2의 과학기술 입국과 경제성장 견인을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을 막 시작한 오늘에도 정책목표는 바뀌지 않았다. 고민은 10년째 제자리에 맴돈다. 연구개발 예산권이나 거버넌스 논쟁도 여전하다. 오늘에 이르러 다시 원론부터 따져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지금의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급한 과제가 따로 있다. 다섯 가지를 고려해 봐야 한다. 첫 번째로 4차 산업혁명을 시작하며 새로운 국가혁신전략은 있는가를 따져야 한다. '다변화된 상황에 정부주도 성장이 웬 말이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략 없이 파편화 된 혁신은 의미가 없다. 과학기술혁신본부도 전략부처의 성격을 가져야 한다.

두 번째, 기초연구에서 시작해 신산업까지 연결하는 전략은 무엇인가 자문해 봐야 한다. 온갖 혁신방식이 있지만 기초에서 시작해 응용, 개발로 이어지는 고리가 기본적으로 구축돼야 한다. 어떻게 이 순환고리를 돌려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연구실과 생산현장에서 각자의 노력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은 국민 몫이지만, 그것으로 성장과 신산업을 창출하는 것은 정부 몫이다.

세 번째, 기초연구에서 시작해 신산업까지 연결하는 전략을 찾아야 한다. R&D는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만드는 것 외에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학문 후속세대를 양성하고, 대학에 부족한 연구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연구산업도 육성할 수 있다.

네 번째로 'R&D 풀어주기'도 생각해야 한다. 이제 R&D를 연구실에 가두지 말아야 한다. 자유를 주자. 주제를 선택하는 방법이나 관리하는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 '과학기술은 R&D'라는 등식도 바꾸자.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이름에 '혁신'을 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러 학자들이 과학기술기본법에 다양한 혁신 영역을 더해 과학기술혁신기본법으로 확장하자고 한 연유도 여기 있다. 다섯 번째 주제는 '사람'이다. 그 동안의 정부는 사람을 너무 도구적으로 봤다. 특성화대학원을 만들어 장학금과 연구비를 주면 컨베이어벨트 타고 나오는 것으로 생각했다. 대학을 지정해 연구비를 주는 것이면 족하다고 했다. 그렇지 않다. 연구 인력은 정체성이 있고, 제각각 삶의 기억과 스토리를 품고 있는 사람이다.

이제 전략을 바꿔야 한다. 새 혁신의 공간을 찾아야 한다. 그 때 과학기술정책은 비로소 새 모습을 갖는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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