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특집Ⅲ] <5>미국엔 약정 지원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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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휴대폰 전문 매장.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우리나라와 미국 이동통신 시장의 가장 큰 차이점 가운데 하나가 '약정 지원금'이다.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 국가에서는 약정을 맺고 지원금을 주는 제도가 자취를 감추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지원금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약정 지원금 혜택'에 시선이 쏠리면서 '요금제 경쟁'이 가려지는 모양새다.

미국에서는 2013년 T모바일을 시작으로 AT&T, 버라이즌, 스프린트 등 4대 이통사가 모두 약정 지원금을 없앴다. 2007년 일본 NTT도코모를 시작으로 스페인 텔레포니카, 영국 보다폰 등이 약정 지원금을 폐지했다. 이통사가 지원금 제도를 자유롭게 폐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우리나라 이통사는 요금제별 단말기 지원금 공시 의무가 있다. 약정 지원금 일종인 선택약정할인율도 25% 상향 조정돼 소비자 관심이 크다. 2년여 전 음성을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구분하는 '데이터중심요금제' 이후 파격요금제는 자취를 감췄다.

약정 지원금 제도를 없앤 미국 이통시장 환경은 어떻게 변했을까.

T모바일은 지난달 55세 이상 고객이 2개 회선을 묶고 매달 60달러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통화, 문자,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는 '원 언리미티드 55+ 플랜' 요금제를 선보였다. 3만원대에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파격 요금제다. 요금제는 국내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KT가 가족결합 혜택으로 3만원대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사 요금제를 선보인 계기가 됐다.

이 밖에도 미국에서는 △매달 최신폰으로 바꿔주는 T모바일 '점프! 온 디맨드 뉴 버전' △1년에 49달러를 내면 매월 1000분 음성·1000건 메시지·1GB 데이터를 제공하는 '프리덤팝 알뜰요금제' △2개 회선을 개통하면 최신 스마트폰 한 대를 더 주는 'T모바일 1+1 프로모션' 등 파격 서비스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약정 지원금 의존도가 낮아지지 않는 이상 이통사 요금제 경쟁을 유도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을 내놓는다. 소비자 관심이 지원금에 쏠릴수록 시장이 음성화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조언한다.

통신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아직 약정에 따른 단말기 또는 월정액 지원금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요금제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한 편”이라며 “이통사는 요금제로 경쟁하고 제조사는 출고가를 낮춰 가입자를 유치하는 구조가 이상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이통사가 일제히 약정 지원금 제도를 없앴듯이 국내 이통사가 요금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법·제도 개선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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