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특집 Ⅰ]산업이 미래다<1>제조업 SWOT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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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에 이종산업 간 연결, 자동화를 통한 노동력 절감 등의 바람을 몰고 올 전망이다. 그간 제조업은 하드웨어(HW) 생산에 집중했다. 이제는 통신 산업과 사이버 보안 산업 이해도 필요하다. 통신과 제조업의 결합으로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가전 등 새로운 제품군이 탄생하면서 이로 인한 사이버 보안 이슈도 부상했다. 전통적인 제조방식을 고수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도래했다.

대량생산 방식을 추구해온 우리나라 제조업은 변해야 산다. 이미 통신 인프라와 기술력으로 IoT와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의 근간은 마련했다. 이를 기반으로 스마트 공장을 도입해 해외로 나간 기업의 리쇼어링을 촉진해야 한다.

제조업 신진대사가 저하되는 것은 약점이다. 사이버 보안 이슈 대응이 늦다는 점은 향후 잠재 위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을 산업연구원(KIET), 현대경제연구원 등과 공동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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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Strength): 통신인프라와 스마트폰 기술력

국내 제조업은 통신 인프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우위를 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스마트폰을 허브로 하는 IoT 기술을 가전에 적용하며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대다수 국내 제조업은 2020년이면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한 활용계획 수립을 마친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빅데이터와 IoT, 모바일, 클라우드 기술이 3년 안에 실행초기 단계까지 진입한다.

자동차산업은 현재 자율주행 기반을 마련하는 수준에서 인공지능 적용을 위한 연구개발 단계까지, 로봇산업은 빅데이터 및 컴퓨팅 기능 강화로 고난도 서비스 로봇을 적용하는 단계까지 나아갈 전망이다. 일반기계와 가전산업에서도 IoT 적용이 보편화되며 초연결·초지능화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IoT와 빅데이터 기술의 비약 발전 배경에는 제조업계와 이동통신업계 간 시너지가 있다. 이미 국내 제조업은 IoT 전용망을 확보했다. 지난해 SK텔레콤은 로라(LoRA) 네트워크를 전국에 깔았으며, LG유플러스와 KT는 NB-IoT 전용망 구축을 위해 손을 잡았다.

관련 상품도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이동통신3사가 가전사와 협업해 출시한 가정·기업용 IoT 제품은 170개를 상회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IoT 시장은 2015년 3조3000억원에서 2020년 17조1000억원으로 연평균 38.5% 성장할 전망이다.

스마트폰 기술력도 국내 제조업의 강점이다. '연결'이 핵심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스마트폰은 가전과 자동차, 집을 연결하는 구심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

가전과 모바일 두 사업부문을 확보한 삼성과 LG는 IoT 플랫폼 테스트베드를 마련하고 상용화하기에 유리하다. 삼성전자는 인수합병(M&A)을 통해 단말기, 칩셋, 운용체계(OS), 클라우드, 인공지능(AI)까지 하나로 묶으며 IoT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IoT 시장에 진출한 기업 중 가장 두드러지는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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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스마트홈 이미지

◇약점(Weakness): 신진대사 저하와 '신 넛크래킹'

2015년부터 국내 제조업 교체율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신설되는 제조업체와 소멸되는 제조업체 모두 줄어드는 추세다. 이는 제조업계가 활력을 잃고 현 상태 유지에 급급하다는 의미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교체율(신생률과 소멸률을 합한 값)은 2011~2015년 25.0%로, 미국(46.9%)과 독일(53.8%) 절반 수준에 그쳤다. 신생율은 2015년 급격히 떨어졌으며, 소멸률도 2012년부터 낮아지고 있다.

포천 글로벌 500에 속한 한국 제조업체 8개사는 2011년부터 2016년 동안 새로 만들거나 철수한 사업부문이 4개에 불과했다. 그만큼 사업 부문이 원활하게 교체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미국 제조업체는 21개사에서 29개 사업부문, 일본은 20개사에서 43개 사업부문이 재편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선도 기술 개발도 줄어들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출시한 제품 가운데 경쟁자보다 앞서 출시했다고 응답한 비중이 2009~2011년 35.4%에서 2011~2013년 31.5%, 2013~2015년에는 22.8%까지 떨어졌다.

제조업 전반의 혁신이 정체되면서 중국 기업에게 가격경쟁력뿐만 아니라 기술경쟁력까지 추월당하는 신(新) 넛크래킹 상태에 처했다.

중국은 선전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 주도권 장악에 나섰다. 네트워크 장비업체로 시작해 스마트폰을 거쳐 최근 인공지능(AI)까지 손을 뻗은 화웨이가 대표 사례다. 정부 차원의 투자로 중국의 AI 기술은 우리나라를 웃도는 수준이다. 2014년 우리나라가 중국에 0.3년 앞서 있던 것에서 상황이 역전됐다.

그 사이 일본도 아베노믹스로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신 넛크래킹 극복을 위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창의적, 혁신적인 인재 육성과 전문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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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Opportunity): 자동화 기반 노동력 절감과 가치사슬 재편

자동화를 통한 노동력 절감과 가치사슬 재편에 기반한 이종산업간 융합 촉진이 제조업계에 새로운 기회다.

3D프린팅과 로봇을 활용한 스마트공장을 도입하면 시스템 관리와 정보보안 등 고급 인력 소수만으로도 생산라인 운영이 가능해진다. 스마트공장 도입 후에는 개인 맞춤형 제품을 생산해도 가격 경쟁력이 보장되는 셈이다.

이런 패러다임에 대응하고자 업계와 정부도 스마트공장을 확산한다. 대기업은 자체 계열사를 통해 국내외 가전 공장을 스마트화한다. 정부는 '2020년까지 1만개 스마트공장화' 정책을 앞세워 중소기업 공장 스마트화를 촉진한다.

스마트공장 확산이 리쇼어링을 가져올지도 주목된다. 해외에 나가있던 기업이 돌아오게 되면 국내 생산기반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IBK경제연구소는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자국 제조비용이 멕시코 공장과 큰 차이가 없자 해외공장 건설 계획을 철회하는 등 스마트공장이 선진국 중심의 리쇼어링을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스마트공장으로 제조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 효과가 인건비보다 높아진다면 리쇼어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간 폐쇄적이던 가치사슬도 재편될 전망이다. 이전에는 원재료와 노동, 자본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생긴 부가가치가 동종 업계에만 영향을 미쳤다. 최근엔 자동차산업과 통신산업이 손 잡고 차량통신(V2X),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술을 개발하는 등 이종산업간 융합이 활발하다. 제조업계가 새로운 먹거리를 모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SK경영경제연구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과거 폐쇄적인 가치 사슬에서 다양한 산업간 융합이 진전되는 가치 네트워크로 변모하고 있다”면서 “방송과 정보통신 산업간 이뤄졌던 이종산업간 융합이 기존 제조업-정보통신 산업으로 확산되는 제 2의 단계로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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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Threat): 사이버 보안과 하이브리드 제조 대응 필요

사이버 보안은 더 이상 소프트웨어(SW) 산업에서만 통용되는 단어가 아니다.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클라우드로 인해 하드웨어(HW)와 SW가 연결되면서 제조업이 보안 이슈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숙제로 남았다. 해커가 단순히 사내 기밀을 빼내는 것뿐만 아니라 품질관리 시스템이나 고객 정보에 접근,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냉장고와 자율주행자동차 해킹이 대표 사례다. 해커가 스마트냉장고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개인 정보를 탈취하거나 자율주행차량을 원격 조정해 운전자의 의지와 상관 없이 테러 도구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실제로 보고된 사례다. 보안의 범위가 데이터 보호 차원에서 사람의 신체와 사생활 보호 차원까지 확장된 것이다.

품질관리시스템에 접근할 경우에는 하자 제품을 시장에 유통시키게 함으로써 기업에 막대한 재정 손실을 끼칠 수도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포레스터 리서치를 보고서를 인용해 “IoT, 클라우드, BYOD(개인 단말기를 업무에 사용하는 환경) 확산으로 기업 대응 전략이 바뀌었다”면서 “고급 정보를 목표로 유명인 및 일반인 대상의 무작위 랜섬웨어 살포, IP 절도, DDoS, 사생활 침해 등은 수천 개 기업의 파산·매각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제조업이 강점으로 내세우던 대량 생산 체제 대신 다품종 소량 생산 수요가 커지는 것도 또 다른 위협 요인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3D 프린팅과 고속컴퓨터제어가공 및 공정 기술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제조 방식으로 소비자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에 적응하지 못한 국내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전문가는 “국내 기업의 경우, 3D 프린팅 기술의 한계 등 하이브리드 제조방식에 대한 투자 유인이 크지 않다”면서 “하이브리드 제조 방식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HW 조립 위주의 제조 경쟁력이 약화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국내 제조업 SWOT/자료=산업연구원(KIET) 및 현대경제연구원>

4차 산업혁명 시대 국내 제조업 SWOT/자료=산업연구원(KIET) 및 현대경제연구원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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