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혁신, 열거주의 규제 조항부터 바꿔야"

자본시장 혁신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규제 패러다임을 원칙중심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에서 터져나왔다. 투자 가능한 금융투자상품을 일일이 열거한 현행 규제 하에서는 창의적 금융혁신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각종 규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김용재 고려대 교수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금융업계 수동적 자세로 투자자 보호에 공백 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규제 패러다임 대대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본시장 규제 체계가 △고객에 대한 선관주의 의무 △고객에 대한 정직·공정 의무 △충실의무 △이해상충방지 의무 △투자자보호 및 정보제공 의무 △금융당국 협조 의무 등과 같은 일반 원칙을 중심으로 다시 짜여져야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금융투자산업을 규정하는 자본시장법은 모든 서비스와 금융투자상품을 일일이 열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자본시장법에서 열거하지 않은 상품이나 서비스는 불법이 되거나, 제재가 불가능하다.

실제 동양증권이 부실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법정관리 직전까지 판매했던 '동양사태' 당시에도 이런 열거주의 규제로 금융당국은 이렇다 할 제재를 가하지 못했다.

김 교수는 “현행법은 열거된 규제에 대해서만 제재가 가능해 금융회사의 부정한 영업행위를 인지해도 즉각 제재가 불가능하다”면서 “원칙중심 규제로 전환하면 구체적 규정이 없어도 투자자보호 의무 원칙 위반을 근거로 제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금융투자업계가 제시한 규제 패러다임 전환에 힘을 보탰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축사에서 “지금처럼 모든 규제사항을 세세하게 법률에 열거하는 규정 중심 방식으로는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다”며 “여야가 금융규제 개선을 위한 법안을 공동발의 하겠다”고 강조했다. 행사를 공동 주관한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도 “금융혁신 성공을 위해선 패러다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우리 경제 패러다임 전환 성공은 자본시장에 달려있다는 각오로 자본시장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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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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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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