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소설가이자 마광수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애도했다.
허지웅은 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절실할 때는 존재하지 않다가 영 엉뚱할 때만 홀연히 나타나 내가 너보다 윤리적으로 탁월하다는 우월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에 질려 세련된 문장과 위악을 양손에 들고 치열하게 싸웠으나, 결국 위악으로 사로잡을 수 있는 마음의 숫자에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패배해 유배당하고 조롱당했던 위대한 영혼의 소유자 삶의 악취에 천천히 질식해 쓰러지다. 마광수 1951~2017"라는 글을 올리며 마광수 전 교수를 추모했다.
앞서 마광수 전 교수는 5일 오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의 방 책상에는 A4 용지 한 장에 자신의 유산을 가족에게 남긴다는 내용의 자필 유언장이 놓여 있었다.
연세대 국문과 출신인 마광수 전 교수는 성에 대한 가감없는 묘사가 담긴 소설로 널리 알려졌지만 문학 인생의 출발은 시였다. 윤동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1977년 현대문학에 '배꼽에' 등 6편의 시가 추천되며 등단했다. 28세에 대학 교수로 임용되면서 천재로도 불렸다.
1991년 소설 '즐거운 사라'를 펴내고 이듬해 10월 음란물 제작·반포 혐의로 구속되면서 예술과 외설의 경계에 대한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다. 고인이 구속되자 문학계뿐 아니라 미술·영화 등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구명운동을 벌였으나, 3년간 재판 끝에 1995년 6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이후 1998년 사면을 받아 복직했지만 2000년 재임용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자 휴직계를 냈다. 2003년 다시 복직했다 지난해 8월 정년퇴임한 고인은 우울증 증세로 약물 치료를 받아왔다.
전자신문인터넷 윤민지 기자 (yun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