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에 한번 돌아오는 중국 공산당대회가 오는 10월 18일부터 베이징에서 1주일 동안 열린다. 최고지도부 인사와 당의 기본노선을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다. 2013년 3월 취임 이후 제2기에 들어가는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번 당대회에서 측근 등용과 자신의 정치사상을 담은 당 규약 개정 등을 실현시켜 권력 집중을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정치 전문가는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외교 대립과 이로 인한 경제 마찰이 당대회 이후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에서 보는 시각은 사뭇 다르다. 우리의 관심이 북한 핵·미사일과 사드에 쏠려있는 동안 간과했던 중국의 정보통신(ICT) 기술과 디지털 산업화를 다시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급성장한 ICT산업을 바탕으로 글로벌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대회 이후 시진핑 체제가 더욱 굳건해지면 ICT 기반 산업정책이 한층 강력하게 추진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포스트 당대회' 또는 '제2기 시진핑 체제'를 보는 기술 경제학적 시각이다. 중국의 ICT 시장 규모는 2015년 약 500조원에서 2025년에는 7000조원으로 급팽창할 전망이다. 지난해 인터넷 사용자 수는 7억3000만명, 모바일인터넷 사용자 수는 6억9000만명을 각각 기록했다. 인터넷경제와 공유경제도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인터넷기업 상위 20개사 중 7개사가 중국기업이다. 공유시장 거래액은 570조원에 이른다.
중국의 인터넷 산업은 이미 세계가 주목하는 연구모델이 되고 있다.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모바일 결제, 교통수단 공유,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ICT 융합산업이 중국경제에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이우근 중국 칭화대학교 전자학과 교수는 “중국의 제4차 산업혁명을 알려면 '중국 제조 2025' '스마트 제조' '인터넷 플러스(+)' 3개 키워드를 읽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지난 2015년 발표된 '중국 제조 2025'는 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에 미국 수준의 세계 1류 제조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ICT와 전통 산업을 융합해 노동 집약형 제조업에서 기술 집약형으로 바꾸는 것이 '스마트 제조'며, 여기에 유통 혁명까지 가는 것이 '인터넷 플러스(+)'다.
지난 7월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차세대 인공지능(AI) 발전계획'도 이런 전략 아래 나온 것이다. 이 계획은 2030년까지 AI의 전반적인 기술 수준과 기초이론 및 응용 능력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고, 국가 이노베이션 허브의 하나로 AI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AI 기술을 통해 산업구조 전환과 경제발전 방식 전환 원동력으로 삼아 스마트사회를 실현하려는 '중국몽(夢)'을 그리고 있다.
이와 함께 '포스트 당대회'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일대일로(一帶一路)'다. 이는 시진핑 정권의 성패가 달린 야심에 찬 구상인 만큼 지금까지와는 다른 강도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일대일로 국제협력 서미트포럼에 이어 이달 11일 2차 포럼이 열린다. 일대일로에 과학기술 이노베이션 행동 계획을 붙여 과학 인재 교류, 공동 실험실 설치, 과학기술 파크 조성, 기술 이전 4개 사업 항목을 넣었다. 향후 5년간 일대일로 주변 국가로부터 5000명의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고. 50개소에 공동 연구실을 설치해 운영하는 세부 내용도 들어있다.
시진핑 주석은 일대일로를 '이노베이션의 길'로 명명하고 디지털경제, 인공지능, 나노테크, 양자컴퓨터 등 첨단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스마트도시 건설을 추진해 '21세기 디지털 실크로드'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동아시아에서 유럽에 이르는 일대일로 주변 지역의 인구는 세계 전체 인구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지역의 GDP는 전체 30%에 불과하고, 1인당 GDP도 5000달러에 머물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곳이다. 제4차 산업혁명과 일대일로 지역경제 개발을 결합시켜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중국경제에 신성장 엔진을 달려는 시진핑 주석의 구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눈여겨볼 시점이다.
곽재원 서울대 공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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