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準대기업 된 네이버·카카오·넥슨…위법 걱정 않지만 사업 악영향 우려

국내 포털 양대 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어 처음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됐다. 명실상부한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는 의미다. 게임기업 넥슨, 바이오기업 셀트리온 등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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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용어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을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5조원 이상~10조원 미만은 준(準)대기업집단으로 부른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대기업집단은 물론 준대기업집단까지 포함한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은 우리나라 대표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증거다.

그러나 그만큼 사회적 책임이 커지고, 정부의 엄중한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우려도 있다. 벤처 출신 기업에 과거 재벌과 총수의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진다는 사실도 부담이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동일인(총수) 지정 논란도 여기서 시작됐다.

◇공정위 “이해진은 네이버의 사실상 지배자”…네이버 '총수기업' 부정적 이미지 우려

지난 달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공정위를 찾아 김상조 위원장과 기업집단 업무 담당자를 만났다. 이해진 창업자는 이 자리에서 낮은 지분율 등을 근거로 자신이 아닌 법인을 네이버 총수로 지정해 줄 것을 공정위에 요청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네이버를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며 “현 시점에서 네이버의 동일인은 창업자인 이해진”이라고 밝혔다. 1% 미만 소수주주 지분이 약 50%에 달하는 등 네이버의 높은 지분 분산도를 고려하면 이해진 창업자와 임원의 지분(총 4.49%)은 사실상 지배력 행사에 유의미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경영권 안정 목적의 자사주 교환으로 1.71% 우호지분까지 확보했고 추후 10.9%에 달하는 잔여 자사주의 추가 활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해진 창업자가 네이버 이사회의 유일한 대주주 이사인 점, 네이버 사외이사추천위원회의 사내이사 위원인 사실, 지난해 네이버가 공정위에 자료를 제출했을 때 이해진을 동일인으로 표기한 점 등을 총수 지정 배경으로 밝혔다.

네이버는 기업 성장에 따른 감시 필요성은 인정했다. 일감 몰아주기, 순환 출자 등이 없는 단순 투명한 구조라 큰 부담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네이버는 “기업이 규모에 걸맞은 사회적 의무를 다하고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며 “공시대상기업집단이 공개해야 할 자료 제출 요청에 성실하게 임했으며 앞으로도 법이 정한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해진 창업자의 총수 지정에는 아쉬움을 보였다. 지분이 4%대에 불과하고 친인척 지분이 전무한 이 창업자를 총수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네이버는 “국가가 일정 규모로 성장한 모든 기업에게 재벌과 총수의 개념을 부여하는 것은 기업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시각 자체가 기업집단제도가 탄생한 3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지금이라도 총수 개인이 지배하지 않고, 이사회와 전문경영인이 책임지고 경영하는 새로운 사례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당장 글로벌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도 우려했다. '총수기업'이나 '재벌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인수합병(M&A)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세계적 인공지능(AI) 연구소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 인수전에서 경쟁자보다 적은 금액으로 승리할 수 있었던 원인은 투명하고 연구에만 매진하는 네이버 기업문화가 크게 작용했다.

이해진 창업자도 글로벌 투자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업에만 집중하기 어렵게 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시장의 관심이 높고 향후 동일인 지정의 중요한 선례가 되는 만큼 객관적이고 신중하게 고민해 판단했다”고 말했다.

◇카카오 “의무 성실 이행할 것”…김정주 NXC 대표, 경영책임 무거워져

카카오는 기업 성장에 따른 자연스런 수순이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일감 몰아주기, 순환출자 없이 깨끗하게 운영해왔기 때문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총수 지정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김 의장은 본인과 친인척이 35%가 넘는 지분을 보유했다. 김 의장도 이사회 의장을 맡아 카카오 경영을 책임진다.

하지만 이번 지정이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 계열사는 63개다. 당장 경영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지만 네이버 사례처럼 이사회에 외부 기업가 출신을 선임하는 데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김 의장 친인척이 보유한 기업은 특성상 일감을 몰아주기 어려운 기업이라는 주장이다. 김 의장 막내 동생 김화영 씨가 빌딩위탁관리업체 오닉스케이, 김 의장 처남인 형인우 씨가 투자회사 스마트앤그로스를 100% 소유했다. 형씨는 카카오 지분 2.3%를 가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전부터 일감 몰아주기나 경영자의 사익 편취 없이 공정하게 운영해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면서 “앞으로 법에 규정된 준대기업집단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은 국내 게임기업 중 유일하게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공정위가 파악한 넥슨 자산 총액은 5조5000억원 수준이며 계열사는 22개다. 넥슨은 넥슨 일본법인, 넥슨 한국법인, 넥슨 유럽, 넥슨 아메리카, 네오플, 넥슨지티(상장), 엔도어즈 등이 주축이다.

김정주 NXC 대표는 총수로 이름을 올려 경영 책임이 한층 무거워졌다. 앞으로 김 대표는 물론 친인척이 넥슨 관계사와 거래한 내역은 모두 공시 대상이다. 김 대표는 그동안 넥슨 일본 법인과 한국 법인에 전문경영인을 두고 경영을 맡겼다.

김 대표는 2006년 이후 넥슨 대표 직함을 내려놨다. 넥슨이 일본 시장에 상장한 이후 김 대표는 신사업발굴, 기업 인수합병에 집중했다. 게임·인터넷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장' 직함도 달지 않았다.

넥슨은 당분간 경영구조에 변화를 주지 않으며 안정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이미 전문경영인 체제가 안착한데다, 김 대표 개인이 모든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글로벌 각지에서 게임 사업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지난해 넥슨 일본법인 등기이사 자리를 사임했다. 2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넥슨 다음으로 대기업 반열에 오를 게입업체 후보는 넷마블게임즈가 꼽힌다. 방준혁 의장이 이끄는 넷마블게임즈는 이미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자산 5조원를 넘어섰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내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이 유력하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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