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인터넷 세상]<4>한국은 '구글게임 규제 프리존(?)'

구글은 한국에서 게임으로 매년 1조원 안팎의 매출을 올린다. 2000년대부터 지속해서 게임 산업 규제 정책을 적용한 우리 정부는 구글, 애플이 주도한 모바일 게임에는 따로 손을 대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은 스마트폰 대중화와 맞물려 국내 게임 기업이 전통의 경쟁력을 갖춘 온라인 게임 시장을 떠나 모바일 게임 시장으로 이탈하는 결과를 가속시켰다. 구글플레이는 게임 분야에서 절대 강자 플랫폼이다. 글로벌 사업자의 영향력이 커지자 원스토어, 카카오게임샵 등 국내 모바일 플랫폼은 파워 게임에서 밀렸다.

이런 가운데 월 결제 한도와 셧다운제는 국내 게임업계가 겪는 대표 규제다. 국내에 출시되는 온라인 게임은 성인 월 50만원, 청소년 월 7만원으로 결제 한도를 넘지 못한다.

반면에 구글, 애플 등 모바일 게임 플랫폼에 출시되는 게임은 콘텐츠 이용 연령과 상관없이 결제 한도 제한을 받지 않는다.

'리니지M' '리니지2레볼루션' 등 모바일 게임은 온라인 게임 '리니지' '리니지2'와 비슷한 콘텐츠를 서비스하지만 결제 한도가 무제한이다. 결과적으로 모바일 플랫폼에 강점이 있는 구글과 애플은 온라인 게임 규제의 반사 이익을 얻는다. 청소년의 심야 게임 이용을 막는 셧다운제도 모바일 게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온라인 게임 '리니지'는 '리니지M' 출시를 전후해 트래픽과 매출 모두 감소했다. 온라인 이용자 가운데 상당수가 규제를 받지 않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모바일 에드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 내 구글플레이의 거래액(매출)이 7월 처음으로 3000억원을 넘었다. 전달에 비해 43.2% 상승한 수치다. 구글은 자사 플랫폼(구글플레이)에서 발생한 매출 가운데 30%를 가져간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대형화되면서 이를 기반으로 성장한 글로벌 기업에 밀려 토종 플랫폼이 크지 못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관련 업계가 심각하게 우려하는 지점의 하나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는 지난해 말부터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1위를 휩쓴 '리니지2레볼루션'과 '리니지M'을 토종 애플리케이션(앱) 스토어인 '원스토어'에 출시하지 않았다.

원스토어는 네이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연합해 만든 모바일 앱 마켓이다.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구글플레이 대항마로 등장했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원스토어는 2017년 상반기 기준 국내 앱 마켓 12%를 점유했지만 대형 게임 유치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는 “국내 게임 유통시장의 절대 강자인 구글이 최근 들어 시장지배력을 활용하여 대형 게임들을 독점하면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국내 게임생태계 성장과 발전을 위해 유통 플랫폼 간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시장선도 게임업체들의 대승적 지원과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2016년 상반기에 자체 마켓인 카카오게임샵을 오픈하며 구글과 신경전을 벌였다. 구글이 카카오가 배급한 모바일 게임을 자체 마켓 검색에 노출하지 않았으며, 광고도 반려했기 때문이다.

당시 카카오는 자체 마켓인 카카오게임샵을 여는 등 게임 사업에 역량을 집중했다. 남궁훈 카카오 부사장이 페이스북으로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구글이 해명,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구글과 국내 업체 간 갈등을 보여 주는 사례로 남았다.

국내 게임사의 역량이 규제를 받지 않는 모바일 게임에 쏠리면서 온라인 게임 경쟁력은 약화됐다.

2016년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은 전년 대비 매출액 규모 면에서 -4.7%를 기록하며 최초로 50% 이하 점유율(49.2%, 5조2804억원)을 기록했다. 모바일 게임은 같은 기간 29.2%에서 32.5%로 점유율을 늘렸다. 2017년 현재 국내에서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회사는 넥슨,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펄어비스, 블루홀 등 손에 꼽을 정도다.

게임백서에 따르면 한국 온라인 게임은 2015년 기준 세계에서 16%를 차지했다. 이는 2014년의 점유율 19.1%보다 3.1%포인트(P) 감소한 수치다. 반면에 중국은 온라인 게임 시장 점유율에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규모를 51% 확대하며 한국과의 격차를 벌렸다. 한때 세계 온라인 게임 공장 역할을 자처하던 한국이지만 중국에 그 자리를 넘겨준 지 오래다.

종사자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2만8000여명 수준이던 국내 온라인 게임 제작·배급 종사자 수는 2015년 2만1000여명으로 24.8% 줄었다.

<<표1> 온라인·모바일게임 플랫폼 규제 비교>

<표1> 온라인·모바일게임 플랫폼 규제 비교

< <표2> 온라인·모바일 게임 산업 지표 비교(출처 2016 게임백서)>

 <표2> 온라인·모바일 게임 산업 지표 비교(출처 2016 게임백서)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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