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정보기술(IT) 기반의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개인간거래(P2P) 대출 등 신규 경쟁 사업자들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예대 마진과 수수료로 장사하던 시대가 저물었다. 특히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돌풍으로 위협이 현실화됐다. 인터넷은행은 편리한 금융 서비스와 낮은 금리로 전통의 은행 기관을 위협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복잡한 가입 절차를 줄이고 모바일과 신분증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24시간 계좌 개설 등 다양한 은행 거래가 가능하다. 편리함에 각종 수수료 파괴까지 더해졌다.
콧대 높던 은행도 대출 금리와 해외 송금 수수료 등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P2P 업체의 성장도 시중은행으로선 골칫거리다. 국내 P2P 업계 누적 대출액이 1조원을 넘기는 등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다.
시중 은행이 독점해 온 해외 송금 시장 역시 변수가 생겼다.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돼 지난달부터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업체도 해외 송금 업무를 영위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전부터 해외송금수수료를 시중 은행의 10분의 1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해외송금업 허가를 신청한 P2P업체는 수수료를 1% 안팎으로 책정, 시중 은행(5%)을 위협하고 있다.
시중 은행의 기본 수익원인 예대 마진도 불안하다. 정부가 투기성 주택 거래를 옥죄기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강화키로 하면서 주택 담보 대출 관련 수익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올 상반기 4대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총 4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그러나 수익 대부분이 이자에서 발생했다. 같은 기간 4대 은행의 비이자 수익은 우리은행을 제외하고 감소했다.
시중은행이 신용대출 및 주택담보대출 가산 금리를 연쇄적으로 인하하고 나섰다. 특히 카카오뱅크가 본격 출범하자 시중 은행은 선제적으로 가산 금리를 내리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에서의 금리 인하 경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진 배경에는 최근 카카오뱅크 영향 외에도 주택담보대출 벤치마크 은행채나 시장금리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뱅크가 기존 은행의 고객을 흡수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시중 은행은 금리 인하를 통한 공격적 영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또 시중 은행의 주 수익원 가운데 하나인 수수료 이익 확대 기반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당면 과제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