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인물포커스]최기영 오토데스크코리아 대표 “3D 디자인 부진, 한국 제조업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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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영 오토데스크코리아 대표는 외국계 IT기업에서는 보기 드물게 기술직, 영업, 마케팅, 컨설팅 등 다양한 부서를 거치면서 ‘협업의 달인’으로 통한다. 사진=오토데스크 제공

외국계 IT기업에서 ‘협업의 달인’으로 통하는 인물이 있다. 최기영 오토데스크코리아 대표는 외국계 IT기업에서 수십년간 근무하면서 기술직, 영업, 마케팅, 컨설팅 조직 등 다양한 부서를 거쳤다. 그래서 그는 각 부서들이 처한 입장과 특성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최 대표가 지난 4월 오토데스크코리아 신임 대표로 선임된 것도 그의 이러한 이력이 크게 작용했다. 오토데스크코리아 대표로 선임되기 전 그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활동했다. 한국MS의 COO로 재직하면서 각 부서의 문제를 조율하는 등 조직 전체를 보는 시각을 키웠다.

“마케팅 부서에 있을 때는 영업부서와 싸우기도 했습니다. 이해관계가 다른 부서원들끼리 충돌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요.” 최 대표는 다양한 부서 경험과 COO로 활동하면서 대화의 기술은 물론 부서간 협업의 노하우도 지니게 됐다고 말했다. 오토데스크코리아는 지난 수년간 공식적인 대표(지사장)가 없어 회사 조직을 전체적으로 조율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조직간 협업의 달인으로 알려진 최 대표가 부임하면서 오토데스크코리아는 조직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


◆軍시절 SI프로젝트 경험으로 외국계 IT기업 ‘노크’

최기영 대표가 외국계 IT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그는 공군장교 시절 미국계 회사와 SI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기상특화기업 ‘제너럴사이언스’라는 미국 기업과 기상위성시스템을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1년 이상 추진하면서 다국적기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났다. 이공대 출신의 장점을 살려 컴퓨터 분야로 취업하려던 그는 선배에게 자문도 구했다. 컴퓨터 분야에서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려면 글로벌 IT기업이 적합하다고 보고 마음을 굳혔다. 그래서 첫발을 디딘 게 한국HP다. 이후 한국오라클, 한국MS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한국HP, 오라클, MS 등에 탄탄한 인맥을 갖춘 것도 이 때문이다.

최 대표는 오토데스크코리아 수장으로 부임하면서 중점적으로 챙기는 일이 있다. 우선 클라우드 시대를 맞아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다. 오토데스크는 지난해부터 제품 판매 방식을 영구 라이선스에서 서브스크립션(멤버십) 기반으로 바꿨다. 하지만 이 방식이 한국에서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다. 최 대표는 이러한 변화된 비즈니스 방식이 착근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제품 판매 방식을 멤버십 방식으로 바꾼 것은 모험이나 다름없다. 오토데스크가 채택한 클라우드 제품 판매 방식에 고객들이 거부하거나 불안해하면 매출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최 대표는 고객의 입장을 고려해 멤버십과 함께 워크스테이션에 SW를 설치해 업데이트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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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영 오토데스크코리아 대표.

영업 마케팅 메시지에 대한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최 대표는 “오토데스크코리아의 기존 영업 마케팅은 제품 위주의 방식이었는데, 이를 고객 목적에 맞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러한 영업 마케팅의 변화를 위해 채널 파트너들의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파트너들이 단순 유통 보다 교육과 기술지원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파트너 정책에 중점을 두겠다는 얘기다.

특히 그는 오토데스크의 비즈니스는 복잡한 요소가 많아 자동차 얼라인먼트처럼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즉 자동차 타이어나 휠 얼라인먼트를 잘 해야 고장이 나지 않듯이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영업과 세일즈 기술지원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제너레이티브 디자인, 미래 제조업체의 방향 제시

오토데스크는 ‘오토캐드’라는 컴퓨터 기반 설계(CAD)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로 잘 알려져있다. 오토캐드 제품의 입지가 워낙 강해 국내에서는 회사명(오토데스크) 보다 제품명(오토캐드)이 더 익숙하게 다가올 정도다. 오토캐드는 MS의 ‘오피스’와 비교될 정도로 오토데스크의 전략제품이라 할 수 있다. 오토캐드 외에도 오토데스크는 다양한 솔루션을 갖추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3D 설계 SW ‘퓨전360’과 BIM(빌딩정보모델링) SW ‘레빗(Revit)’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건설, 건축, 토목 분야에 적용되는 3D 디자인 솔루션으로 중소기업에 특화돼 있다.

3D 디자인과 관련해 최 대표는 오토데스크가 강조하고 있는 ‘제너레이티브 디자인(Generative Design)’ 기술도 소개했다. 이는 오토데스크의 비전인 ‘제조의 미래(Future of Making Things)’의 핵심기술로 내구성과 유연성, 무게 등 사용자가 입력하는 조건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 옵션들을 만든다. 이러한 디자인 옵션들 가운데 고객은 최적의 디자인을 선택하면 된다. 최 대표는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은 미래 제조업체의 방향을 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최기영 대표는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을 활용하면 개발비용과 시간, 원자재 소비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3D 디자인이 활성화되지 않아 안타까워한다.

“국내 중소 제조업체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중소 제조업체들이 대부분 3D 디자인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투자여력이 없어 2D 디자인에 머물러 있는 상태죠. 국내 3D 디자인 인력도 크게 부족합니다. 3D 디자인 인력이 적은 것은 한국의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라는 측면에서 우려됩니다.”

최 대표는 중국과 인도가 오히려 한국 보다 3D 디자인 인력 저변이 확대돼 있다고 잘라 말한다. 국가경제가 튼튼하려면 중소기업 경쟁력이 강화돼야 하는데 우리나라 생태계는 대기업 중심으로 돼 있어서 아쉽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제조, 건설 부문은 정부 정책에 민감하다며 중소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이는데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민 기자 y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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