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정비, 여전한 독점 구조…정부가 점검 강화해야

일반 정비업체에서도 편리하게 수입차를 정비할 수 있도록 법령이 제정됐지만, 정비 장비와 교육 부실로 대다수 동네 카센터가 수입차 정비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가 지속적인 제도 보완과 점검을 통해 수입차 정비 독점 구조를 깨는 데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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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을 정비 중인 한 수입차 업체의 공식 서비스센터 모습.

7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3월 30일부터 자동차 제작자 등의 자동차 정비업자에 대한 기술지도·교육, 정비 장비·자료 제공에 관한 규정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수입차에 대한 정비 장비와 자료 등을 일반 정비업체에도 제공함으로써 수입차 소유주의 정비에 대한 불편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시행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일반 정비업체의 수입차 정비는 엔진오일 교환과 같은 단순 소모품 교체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다수 수입차 제작사들이 정비 교육과 장비, 자료를 직영 업체에만 우선적으로 제공하고 있어서다. 수입차 소유자들이 긴 정비 기간과 고가의 정비 요금을 감수하고도 직영 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동차 제작사는 규정 시행 이후 판매되는 신차에 대해 판매일로부터 6개월 이내 정비업자에게 온라인 교육 등의 방법으로 교육을 해야 한다. 정비 매뉴얼과 고장 진단기도 직영 정비업체에 제공하는 것과 동일하게 일반 정비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국토부는 제작사에 1년간 유예 기간을 주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제도 시행에 들어갔지만, 수입차 업계는 여전히 제도 시행에 소극적이다. 정비 업계는 수입차 정비를 위한 필수 장비인 고장 진단기 확보 자체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구매가 가능하더라도 가격이 수천만원에 달해 현실적으로 구매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여러 수입차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 고장 진단기 제작 역시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한국자동차정비연합 관계자는 “수입차 업계가 정비 매뉴얼을 온라인을 통해 제공하고 있지만 접근 방법이 쉽지 않고, 진단기 가격도 워낙 고가여서 일반 정비업체가 구매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범용 고장 진단기 제작을 위한 수입차 제작사의 자료 제공과 보안 관련 정비 작업에 대한 지원도 원활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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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코리아가 올해 7월 외부 수리업체를 대상으로 기술 세미나를 진행했다.

수입차 업계도 자사 차량 정비를 위한 정보 제공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현재 외부 업체를 대상으로 정비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두 곳뿐이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수입차 업계에서 처음으로 올해 세 차례에 걸쳐 외부 수리업체를 대상으로 진단 프로그램 활용법과 실습 등을 포함한 기술 세미나를 열었다”며 “아직 교육 인원이 많진 않지만, 점차 정비 교육 규모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개정된 자동차 관리법에 따르면 자동차 제작사가 자사 차량의 정비와 관련된 정보를 외부에 제공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처벌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도가 원활히 시행될 수 있도록 업계에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점검을 통해 보완할 사항이 있다면 적극 반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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