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T커머스 사업자가 인터넷(IP)TV 3사에 지불하는 송출수수료 규모가 최대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IPTV 업계가 유료방송 시장에서 차지한 위상을 반영한 결과다. T커머스와 홈쇼핑의 채널 쟁탈전도 송출수수료 규모를 키웠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최근 복수 홈쇼핑 사업자에게 2017년분 송출수수료 협상을 시작하자는 공문을 발송했다. 인상 요율은 구체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T와 LG유플러스 협상 결과를 감안, 비슷한 요율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KT는 지난 상반기 협상을 시작해 홈쇼핑 사업자와 채널 번호에 따라 지난해 대비 20~30% 차등 인상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매듭지었다. LG유플러스는 현재 20% 이상 올리는 것을 골자로 각 홈쇼핑과 협상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IPTV 3사가 벌어들인 홈쇼핑 송출수수료 수입은 3368억원이다. 전년 2404억원보다 40% 급증,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모바일·인터넷 결합상품과 양방향 디지털 방송으로 가입자 수를 늘리면서 홈쇼핑 채널 매출을 확대한 덕이다.
올해 IPTV 3사 송출수수료 수입은 최대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은 물론 T커머스 사업자에게도 큰 폭의 송출수수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사업자는 20번 이후 'B급' 채널 번호에 편성된 사업자에게 최대 100% 인상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T커머스가 지난해 유료방송에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500억원 수준이다. 업계는 올해 IPTV에 지불하는 금액이 크게 늘면서 800억~900억원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IPTV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대비 적은 T커머스 송출수수료를 현실화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IPTV가) 100% 인상을 요구했다는 것은 과장된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홈쇼핑과 T커머스 채널 번호 확보 경쟁도 송출수수료 상승을 부추긴다. 현재 홈쇼핑과 T커머스를 합친 TV쇼핑사업자는 총 17개다. 그동안 B급 채널에 머물러 있던 T커머스가 점차 1~20번대로 진격하면서 홈쇼핑과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모양새다. 한정된 인기 채널 번호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쟁사보다 많은 비용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은 협상할 수 있는 TV커머스 사업자가 늘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면서 “송출수수료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T커머스에 채널을 넘기겠다며 압박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홈쇼핑·T커머스 업계는 적정한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송출수수료가 상승하면 일반 판매자가 부담하는 홈쇼핑 수수료가 늘어나는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농가 등이 홈쇼핑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시장 사업자 간 협상에 개입하기 어렵다며 한발 물러서 있다.
홈쇼핑 관계자는 “유료방송 송출수수료 인상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홈쇼핑과 유료방송의 갈등을 봉합하는 한편 일반 판매 협력사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IPTV 홈쇼핑 송출수수료 현황(단위:억원), 자료:방송통신위원회 '2016년도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 공표집'>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