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중소기업이 국내 최초로 전자여권을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는 2008년 전자여권 도입 이후 지금까지 수입에 전량 의존해왔다. 국내 전자여권 발급 규모는 지난해 약 462만권으로 2년 만에 1.5배가량 늘었다.
알앤에이테크는 중동의 한 국가와 전자여권 100만권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6월부터 1년동안 현지 테스트를 거치고 5만권을 우선 납품했다. 나머지 물량은 10월까지 선적한다.
알앤에이테크는 전자여권 핵심인 인레이(Inlay)를 전문 생산한다. 인레이는 안테나에 RFID 태그를 탑재, 무선 송수신을 담당한다. 판독 정확성과 인식 거리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부품이다. 가느다란 구리선을 코일 형태로 감아 기판에 매립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기판 표면에 동박을 입힌 후 안테나 패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산성 약품으로 녹이는 에칭 방식과 다르다. 별도 약품이나 버려지는 부분이 없어 원가 부담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부식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와 유독가스가 없어 안전하다.
구리선을 구부려 쓰기 때문에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넓다. 얇은 동전 모양으로 만들어 분실방지 기기로도 활용 가능하다. 동박이 아닌 코일 형태여서 구부러지거나 끊어질 위험이 적다.
알앤에이테크는 인레이 내구성 향상을 위해 30미크론(μ) 동박을 사용하는 일부 경쟁업체와 달리 120μ 와이어 웰딩 기술을 적용했다. 내구성이 경쟁 제품에 비해 우수해 교통카드와 신용카드, 전자주민증, 전자건강보험증, 전자운전면허증 등 ID인증부터 공장재고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하다. 지난해 50여억원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갖췄다. 여권 유효기간이 10년이라는 점에 착안, 10년 이상 사용해도 내구성에 문제가 없는 RFID 안테나 개발에 주력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인레이와 안전성이 검증된 미국 홀리스톤(Holliston) 천연소재와 천연레진 친환경 겉표지를 결합해 내구성을 개선한 전자여권 외피 제작도 가능하다”면서 “100만권 납품 이후 추가 발주될 전자여권 400만권 물량은 외피 제작까지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자여권은 기존 기계판독여권(MRP)에 인레이를 여권 표지나 내지에 삽입해 복제되지 않도록 보안성을 강화했다. 모양과 형태는 MRP와 같다.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