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간편 결제가 불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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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스마트폰을 바꿨다. 간편 결제를 쓰고 싶어서다. 지갑을 일일이 갖고 다니기도 귀찮았다. 새 폰을 손에 넣자마자 신용카드를 등록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는 물론 음식점과 커피숍에서도 카드 대신 스마트폰으로 결제했다. 동네 슈퍼마켓에서도 간편 결제를 이용했다. 심지어는 미국에서도 썼다. 외출할 때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했다. 결제가 성공할 때마다 새 폰의 구입은 합당한 판단이라고 자위했다.

문제는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생겼다.

간편 결제를 이용하면 카드결제 알림 문자를 시작으로 간편 결제 애플리케이션(앱) 알림, 전자영수증이 잇달아 뜬다. 결제 한 번에 알람이 세 번이다. 같은 내용을 계속 확인하기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전자영수증이 통합되지 않은 탓이다. 그렇다고 종이영수증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전자영수증 세 가지에 종이영수증까지 챙겨야 한다. 결제만 간편해졌다.

종이영수증을 그냥 버려 달라니 찜찜하다. 개인 정보 유출 우려 때문이다. 주차요금 정산도 해야 하니 바지 주머니에 꼬깃꼬깃 집어넣는다. 깜빡 잊고 바지를 빨면 세탁기 안이 불어터진 영수증으로 난리다.

정부에서는 전자영수증 사용 확대를 4차산업혁명위원회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보급 확산 전략을 세우고 민관협의체까지 꾸리기로 했다. 참여하는 정부 부처만 여섯 곳이다. 몇 해 전부터 전략을 세우고 지난해 시범 사업까지 마쳤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예상되는 잡음을 모두 해결하고 시작하려는 탓이다.

사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전자영수증 이용자에게는 종이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으면 된다. 이미 개발된 기술이다. 신세계, 스타벅스, 세븐일레븐 등 유통업체별로 전자영수증을 통합하거나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전자영수증에 자세한 정보를 추가하면 법률 효력 문제도 해결된다. 전자영수증 표준도 마련돼 있으니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지만 장고 끝에는 악수를 두고,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이다. 가끔은 단순해질 필요가 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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