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김기영 오퍼스원 대표

“우산만 보면 비가 내릴지 바로 알 수 있죠.”

김기영 오퍼스원 대표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스마트 우산 '조나스'를 들고 나왔다. 현관에 둔 우산이 직접 들고 나가야할 때를 알려준다. 날씨 정보가 스마트폰을 통해 조나스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잦은 비가 내리는 지역에 안성맞춤이다. 분실방지는 기본이다. 날씨에 민감한 일본에서 첫 판매를 시작한 이유다.

김 대표는 “날씨는 예로부터 인류가 가장 알고 싶은 정보”라면서 “우산과 날씨 정보가 연결되지 않았다는 데 주목했다”고 말했다.

조나스는 현재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11개국에 수출 중이다. 올해 말까지 25개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에는 유럽시장에도 진출했다. 비가 자주 내리는 유럽국가 특성을 잘 반영했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가장 갖고 싶은 '작품'을 만드는 게 오퍼스원의 목표”라면서 “설계 단계부터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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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가 가진 제품에 대한 철학은 사명에서도 잘 나타난다. '오퍼스'는 음악용어로 오퍼스원은 작품번호 1번을 뜻한다. 전 직원이 첫 작품을 만드는 심정으로 온갖 정성을 들인다.

첫 제품 조나스를 보면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예를 들어 조나스에는 따로 전원 버튼이 없다. 블루투스로 한 번만 연결해놓고 잊어버려도 된다. 우산을 집어들면 자동으로 켜지도록 했다. 우산을 쓰고 가다 전화나 문자가 오면 진동으로 알려준다. 매번 충전하는 번거로움도 없앴다. AAA 배터리 4개로 1년 이상은 충분히 버틴다. 상품성을 인정받아 삼성모바일파트너십 계약도 맺었다.

개발에는 김 대표가 직접 관여한다. 김 대표는 삼성전자 출신으로 MP3 전성시대를 끌었던 옙(Yepp) 개발자 중 한 명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 상품기획, 유럽시장 마케팅 등을 두루 맡았다. 오퍼스원 설립은 2015년 7월로 꼭 2년됐다.

김 대표는 “소비자가 사물인터넷(IoT)에 쉽게 접근하도록 손에 잡히는 기기를 개발하고 싶었다”면서 “스마트 우산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사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우산 사용자 정보를 분석해 실시간 강우 현황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우산 손잡이에 중력 센서를 탑재해 우산 사용 여부를 즉시 알 수 있게 했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핵심인 손잡이만 모듈화해 우산 제조업체에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스마트 우산 사용자층을 확대하려는 의도다. 우산이 부품별로 규격화돼있다는 데 착안했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손잡이 부품만 바꾸면 일반 우산도 스마트화 되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김 대표는 “좋은 제품은 직원들의 손을 거쳐 탄생한다”면서 “결국 대표가 할 일은 직원 만족도를 최고로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생 스타트업이지만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 이유다. 오퍼스원이 대기업처럼 높은 연봉은 아니지만 직원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자기 계발도 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100% 자기자본으로 운영한다. 투자도 받지 않는다. 직원들이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유연한 사고가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중이다. 이를 위해 상품 기획과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디자인과 제작은 전문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자기 전 재산을 걸지 못하는 아이템에 투자해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갖고 있기만 해도 기분 좋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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