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차 보급률이 빠르게 늘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엔진에서 모터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세계에서 전기자동차(EV) 보급률이 가장 높은 노르웨이에서는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내연기관차를 추월했다. 전기차 시장을 선점할 우리나라 업계와 정부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노르웨이 도로교통정보평의회(OFV)에 따르면 노르웨이에서 6월 판매된 전기차는 3948대(수소차 2대 포함)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했다. 현지 월간 판매 기록 중 사상 최대치다.
6월 노르웨이에서 판매된 신차 1만4022대 가운데 전기차의 비중은 27.7%로 전년 동기 대비 13.8%포인트 늘었다. 디젤차의 비중은 24.2%, 가솔린차의 비중은 23.1%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의 점유율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HEV)를 포함한 친환경차의 시장 점유율은 절반(52.7%)을 넘어섰다. 하이브리드차는 6월 3555대 판매돼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으며, 25%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노르웨이의 올해 상반기 누적 전기차 판매 대수는 1만4805로 전년 동기 대비 26% 성장했으며, 시장 점유율은 19%에 달했다.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BMW i3(2769대·3.6%)였으며, 닛산 리프(2202대·2.8%), 테슬라 모델 X(1507대·1.9%), 르노 조에(1451대·1.9%), 현대차 아이오닉(1098대·1.4%) 순이었다.
노르웨이에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은 파격적인 인센티브 정책 덕분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2025년까지 디젤차와 가솔린차 등 내연기관차를 퇴출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전기차 구매자에게 취득세와 부가세를 면제해주고, 공용주차장과 통행료 비용 할인, 충전 인프라 구축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앞서 프랑스 정부도 2040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차량 교체 시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고 내연기관차 생산에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세계 각국의 내연기관차 퇴출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전기차 시장을 선점할 우리나라 업계의 기술력 강화는 물론 정부의 정책 전환 등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국내 완성차 업계 중 전기차를 자체 생산해 판매하는 곳은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차 두 곳에 불과하다.
전기차 분야의 선두 업체인 GM과 테슬라는 이미 1회 충전으로 300km 이상을 주행하면서도 가격을 3만달러대(약 3400만원)까지 낮춘 2세대 전기차를 속속 출시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수익성을 이유로 2세대 전기차 개발과 출시를 미루고 있다.
정부의 지지부진한 정책 추진도 전기차 보급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정부는 전기차 보급 목표를 전년보다 4000대 상향한 1만4000대로 잡았다. 하지만 현재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구매 보조금 정책만으로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획기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국내 전기차 대중화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구매 보조금 혜택만으로는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 비율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 회장은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보급률은 유럽과 미국, 중국과 비교해 크게 뒤처져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 전기차 구매는 아직 큰 매력이 없다”며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