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서 누구나 알 정도로 중요한 수식을 들면 'E=MC²'이 아닐까 한다. 190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정립하면서 발견한, 에너지와 물질의 질량 관계를 나타내는 수식은 20세기 초반에 기초 연구를 통해 얻은 최고봉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로부터 30여년이 지난 후 E=MC² 공식을 실제로 과학기술에 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과학자와 공학자는 이를 기반으로 원자 에너지를 끄집어 낼 수 있는 궁극의 무기인 원자폭탄과 원자력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돌이켜보면 기초과학 이해가 이뤄진 이후에 과학기술의 비약 발전이 일어난 사례를 다수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예로는 17세기 중엽에 아이작 뉴턴이 고전 역학과 중력의 원리를 집대성한 후 100여년이 지난 18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기계공학이 비약 발전을 이룩하고, 이에 바탕을 둔 산업혁명이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는 18세기 중엽 역시 영국에서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을 중심으로 전기학과 자기학이 통합된 전자기학의 기초 이론이 수립되자 곧이어 마이클 패러데이가 전기를 만드는 발전기를 발명하고 하인리히 루돌프 헤르츠가 전파 통신을 발명, 현대 산업 기술의 실마리를 제공한 사실을 들 수 있다.
20세기 초반에 일어난 물리학의 눈부신 발전 결과 우리는 자연계를 구성하는 기본 물질이 양자역학의 원리를 따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21세기 들어 E=MC² 공식을 대체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양자역학 원리를 정보통신기술(ICT)에 접목한 양자정보통신, 그 가운데에서도 양자컴퓨터 기술이 될 것이라는 것은 미국·일본·중국 등 주요 선진국이 최근 10년 동안 막대한 연구비를 투입하고 있는 사실을 볼 때 대체로 자명한 사실인 것 같다.
미국이 연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양자정보통신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영국이 5000억원, 네덜란드가 1조원 이상을 양자컴퓨터 기술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IBM 등이 양자컴퓨터 개발에 거액의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왕립은행은 신생 벤처 기업인 1QB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했다. 골드만삭스는 캐나다 D웨이브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5월 일본 도쿄에서 캐나다 정부가 주최하고 구글이 후원하는 일본-캐나다 정부 간 공동 회담이 성대하게 열렸다. D웨이브의 양자어닐링 기반 양자컴퓨터 기술에 일본 정부와 과학계가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이는 알파고와 같은 딥러닝 기반의 머신러닝(기계학습)이 양자어닐링 기술과 접목, 비약 발전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양자암호통신 위성을 발사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이 위성을 이용해 미래 양자통신의 핵심 기술인 장거리 양자 얽힘 실험에 성공하는 등 그야말로 일취월장한 행보를 계속했다.
우리나라는 통신사업자 중심으로 양자암호통신 투자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주변 강국이 양자정보통신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이 학계의 일부 반대로 좌초 위기에 처한 점은 국가 미래를 생각할 때 매우 아쉬운 일이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석좌교수, IEEE 펠로 dahn@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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