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0%가량 감소했다. 기아차도 레저용차량(RV), 세단 등 대부분 차종이 부진하면서 9.9% 감소했다. 현대·기아차는 하반기에 신차를 늘려 실적 회복을 노리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4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시장에서 현대차는 33만6447대, 기아차 29만5736대, 제네시스 9919대 등 총 64만2096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6%가량 감소한 것이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10%가량 판매량이 감소했다. 주력 모델인 쏘나타 판매량이 26.9%가량 감소한 7만6315대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3만9000여대 판매된 액센트도 3만2515대로 17.3%가량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볼륨 모델인 엘란트라(10만252대)와 싼타페(6만12대) 성장세가 4%에 불과해 현대차 전체 판매 부진으로 연결됐다.
기아차는 감소폭(9.9%)이 현대차보다 작았지만 포르테(국내명 K3)와 니로를 제외한 전 차종 판매가 줄었다. 특히 주력 차종인 RV는 전체 차량이 부진했다. 쏘울은 올 상반기 5만3116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24.7%가량 감소했다. 쏘렌토도 14.9% 감소한 5만256대 판매에 그쳤다. 스포티지(-13.3%), 세도나(-37.7%) 등 다른 차종도 일제히 판매량이 감소했다.
제네시스는 올해부터 개별 브랜드로 등록해 상반기 9919대를 판매했다. 주력 모델인 G80은 미국 중형 고급차 시장에서 아우디 'A6', 캐딜락 'XTS' 등과 함께 3위 자리를 두고 경쟁한다. 하지만 상반기 판매량 7666대는 페이스리프트 전 모델인 제네시스 DH(1만7384대)보다 56%가량 부진한 수준이다.
현대·기아차는 상반기 판매 부진 원인으로 '주력 모델 노후화'를 꼽았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미국 시장에 쏘나타 뉴라이즈, 코나, 쏘렌토 페이스리프트 모델 등 신차를 투입해서 실적 회복을 노린다. 특히 코나는 지금까지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하지 않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실적 순증효과를 기대한다.
하반기 전망도 그리 밝지다. 업계는 현대·기아차 판매 부진 원인으로 △낮은 제품 경쟁력△픽업트럭 부재 △리콜사태 등으로 꼽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미국 차량별 판매 순위에서 20위 내에 단 한 대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단기간내 실적 터닝포인트를 찾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현대차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가 30위권에 간신히 올라있을 뿐이다. 판매 상위권에는 미국, 일본 브랜드로 채워졌다. 판매 1~3위는 포드 'F시리즈', 램 '픽업', 쉐보레 '실버라도' 등 픽업트럭이 독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간 현대·기아차가 미국 판매 목표를 맞추기 위해 딜러판매와 법인 판매를 늘려왔지만, 최근에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 법인 판매를 줄이면서 판매 볼륨이 줄었다”며 “제품믹스(판매차종)가 세단 중심이다. RV, 픽업트럭이 부족한 것도 현대·기아차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판매 부진을 이유로 데이브 주코브스키 북미법인장 사장을 경질했고, 지난달에도 데릭 하타미 북미법인 판매담당 총괄부사장이 현대차를 떠났다. 현재 제리 플래너리 수석 부사장이 현대차 북미법인 임시 대표를 맡고 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