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결산]'한미 FTA 재협상' 숙제 떠안았다

[한·미 정상회담 결산] 산업부·경제수석 인선 늦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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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인정받았지만 무역관계에서 소극적 대응으로 FTA 재협상 불씨를 허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 문제를 공식 제기해 사실상 FTA 재협상을 요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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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첫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2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 모두발언과 공동언론발표 등에서 “한국과 무역협상을 재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FTA가 체결된 이래 미국 무역적자는 11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 그다지 좋은 딜(deal)이 아니라고 생각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자동차와 철강 분야는 구체적 무역 손실 수치를 들어 거론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저의 우려 표명에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겠다'고 말해줬다”면서 FTA 재협상을 기정사실화했다.

같은 날 사라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재협상을 위한 '특별공동위원회'를 소집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정상회담에서 FTA 재협상 합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귀국 전 특파원간담회에서 “전체적으로 (교역·투자) 균형이 맞다”면서 “(재협상) 합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FTA 재협상에 합의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만큼 FTA 재협상은 이미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문제 소지가 있다면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FTA 영향을 조사, 평가하자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표한데 대응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재협상 통로를 열어줬다는 분석도 나왔다. 문 대통령이 순방에서 외교·안보문제에 치중하면서 경제적 현안엔 상대적으로 대응이 미흡했다는 평가다.

지난 정부의 외교 공백에 더해 새 정부 출범 후 정비가 늦어진 통상 컨트롤타워 취약성까지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아직 통상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명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산업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순방에 동행하지 못했다. 청와대 경제수석도 공석이다.

반면 미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중심으로 기습적이면서도 일관되게 '무역 불균형' 주장을 펼쳤다.

산업계는 한·미 FTA 재협상 논란이 일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단 양국 간 협의를 지켜보면서 전략을 마련할 방침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의 북핵 해법이 미국의 동의를 이끌어 낸 것은 성과로 꼽힌다. 제제와 대화로 핵동결에서 핵폐기까지 단계적으로 대응하자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통했다. 논란이 됐던 사드 문제를 피하면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도 긍정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오후 8시께 귀국 직후 한미 정상회담 성과와 관련 “외교공백을 메우는 과정이었으며,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며 “한미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 목표를 평화로운 방식으로 풀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D.C(미국)=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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