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색안경

어릴 때 처음 써 본 노란색 장난감 색안경은 신세계를 보여 줬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악한 제품이지만 색안경을 쓰는 순간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노랗게 변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렸다.

어릴 땐 정말 신기하기만 하던 색안경이지만 어른이 되면서 색안경은 더 이상 신기하지가 않다. 요즘도 가끔 선글라스를 쓰지만 어둡게 바뀌는 풍경이 그저 무덤덤할 뿐이다.

어른이 된 지금은 눈앞의 색안경보다 생각 속에 나타나는 '편견'이란 색안경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편견이란 색안경이 등장하면 보는 것, 듣는 것, 아는 것을 모두 새롭게 필터링한다. 사실이 아니라 색안경이 덧씌운 것을 보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는 이런 무형의 색안경이 많다. 특히 대기업을 바라볼 때 유독 많은 색안경이 등장하는 것 같다.

요즘 우리 사회가 대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사회 갈등 원인인 양극화를 초래한 것도, 비정규직 문제를 야기한 것도, 불공정한 거래를 하는 것도 모두 대기업이라고 공격한다.

물론 대기업이 잘못한 것도 있다. 문제가 있지만 관행이란 이름으로 넘어간 일들도 있다. 그러나 잘못을 떠나 모든 활동을 비판한다면 기업이 설 자리를 잃는다. 요즘엔 대기업이 좋은 제품을 개발해도, 사회 공헌을 해도, 채용을 해도 본질과 관계없이 비난받기 일쑤다.

최근 만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언론에 광고하면 돈으로 언론을 이용한다고 비판하고, 광고를 하지 않으면 광고로 언론을 통제한다고 비판한다”면서 “무슨 행동을 해도 비판만 한다”고 아쉬워했다.

이런 정서는 기업 활동에도 크게 작용한다. 한 중견기업인은 “중견기업 가운데에서 대기업이 되려는 곳이 전혀 없다”면서 “어떻게 기업 규모를 축소할 수 있는지가 최대 고민”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은 우리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버팀목이다. 문제가 있으면 고쳐야 한다. 무조건 미워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 편견이란 색안경을 벗고 있는 그대로 기업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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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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