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살아 있는 동물의 뇌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박상렬)은 김기웅 생체신호센터장이 이끄는 연구팀이 비접촉식으로 작은 동물의 뇌와 심장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동물 생체자기 측정 장치'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측정 장치의 핵심 요소는 '초전도 양자 간섭 소자(SQUID)'다. SQUID는 초전도 현상을 이용해 자기장을 정밀 측정하는 소자다. 지구 자기장 100억분의 1에 해당하는 세기도 측정할 수 있다. 표준연이 이미 개발한 인간 대상 뇌자도(뇌파가 발생시키는 자기장) 측정 장치에도 쓰였다. 그러나 실험쥐와 같은 작은 동물 측정에는 부적합했다. 인간의 뇌는 지름 16㎝인 반면에 쥐의 것은 1~2㎝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특수 설계를 적용해 SQUID의 센서 소형화, 밀집화에 성공했다. 수학 원리로 센서의 밀집 효율을 최적화했다.
센서를 실험쥐의 뇌에 밀착시켜서 성능을 극대화하는 방안도 고안했다. SQUID가 이용하는 초전도 현상은 극저온의 액체헬륨을 이용하기 때문에 접촉 때 위험하다. 연구팀은 얇은 진공층을 생성하는 '극저온 단열통 구조'를 개발, 센서-실험쥐의 접촉이 가능하게 했다.
측정 장치는 실험쥐의 뇌자도를 정밀 측정할 수 있다. 심장 근육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으로 심장질환을 잡아내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도 활용한다.
연구팀은 이들 기술을 적용, 시제품 제작을 완료했다. 서울 세브란스병원에도 시제품을 제공, 실험에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 수요를 따져 상용 제품화도 염두에 두고 있다.
김기웅 센터장은 “동물의 희생은 최소화하면서 정확도는 최대화하는 생체 자기 측정 장치 개발에 성공했다”면서 “급증하는 애완동물 시장에 대응, 동물을 진단하는 기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