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절차에 밟자 야권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추가경정예산안, 정부조직법 등 새 정부 시급 현안의 처리에 협조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야권의 공조가 거세짐에 따라 청와대와 여당의 정국 해법에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기일을 17일로 지정했다. 문 대통령은 17일까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날인 18일 강 후보자를 신임 외교부 장관에 임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야3당에 대한 사실상 선전포고로 본다”고 밝혔다.
정 권한대행은 이날 한국산업단지공단 인천지역본부 회의실에서 열린 '민생 A/S센터' 현장 방문 간담회 모두 발언을 통해 “문 대통령은 야3당의 일치된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강 후보자 임명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를 밝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 권한대행은 “문 대통령의 밀어붙이기가 현실화하면 국회 차원의 협치가 사실상 끝난 것은 물론이고, 우리 야당으로서도 보다 강경한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면서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왜 있느냐는 청문회 무용론도 심각하게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후보자 임명 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처리 문제와 추가경정예산안, 정부조직법 등 각종 현안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경우에 따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다른 야당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권한대행은 조국 민정수석에 대해 “교수 시절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을 강조하던 분이 지금은 위장전입도 하고 만취 음주운전을 한 사람을 내놓고 있다”면서 “어제 의원총회에서 조 수석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도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PBC 라디오에서 강 후보자 임명 강행이 예상되는 상황을 두고 “인사청문 제도가 무슨 필요가 있나. 제도 자체를 폐기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임명 강행시) 협치 구도가 깨져버리기 때문에 당분간은 의회의 작동과 기능이 상당히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와대가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추경 등 시급현안 처리에 협조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국민의당은 김상곤 교육부총리·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신상 의혹이 제기된 다른 인사청문회 대상자를 향해서도 사퇴를 촉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상곤 후보자의 논문 표절 의혹을 거론하며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청와대가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경환 후보자의 여성비하 논란에는 “범죄자가 법무부 장관이 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강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두고 정국이 급속히 냉각되면서 청와대와 여당은 정국 해법 마련은 더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 후보자가 문제도 있었으나 국민은 업무수행 자질이 부족하다고 평가하지 않았다”면서 “야당이 일단 임명될 수 있게 해주고 1년 후 냉정한 재평가로 그때 거취를 다시 한 번 논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