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청사진 새로쓰자]<상>재원 통합 앞서 청사진 마련이 우선이다

벤처투자업계가 들끓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으로 벤처투자업계 양대 축인 모태펀드와 성장사다리펀드 통합 추진설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벤처투자업계는 재원 통합에 따른 효율성 증대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민간자본 유입이 경직될 것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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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벤처펀드 결성 규모가 3조원이 넘을 정도로 시장이 확대됐지만 여전히 민간 비중은 미미하다. 벤처투자 정책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단순 재원 통합으로 부처 규모를 키우는 데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같은 이유다.

중소벤처기업부 출범과 벤처펀드 재원 통합론을 계기로 모태펀드 등 정부 주도로 발전해온 벤처투자 시장 현황을 재점검하고 벤처 생태계 전반을 장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청사진을 새로 그려야 할 시점이다.

14일 벤처캐피털(VC)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와 성장사다리펀드 운용사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하 한국성장금융) 통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처 승격을 앞둔 중기청은 앞서 국정기획자문위 업무보고를 통해 벤처기업 지원 정책 일관성과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두 기관 통합이 효과적이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모태펀드와 성장사다리펀드는 각각 2조6182억원, 1조8500억원 규모다. 모펀드 재원을 민간 창투사나 신기사 등 VC, 사모투자펀드(PEF)가 운용하는 재간접펀드다. 자펀드 민간 출자 규모를 모두 포함하면 두 펀드가 운용하는 자금은 약 18조원에 달한다.

모태펀드는 중소청을 비롯한 문화부 등 정부 예산으로, 성장사다리펀드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은행권이 조성한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출자금이 재원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출자한 성장사다리펀드를 순수 민간 자금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며 “재원을 통합한다면 청년창업, 일자리 창출 등 정책 수요가 필요한 분야에 자금을 적시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청이 새 정부에 던진 벤처투자 재원 통합이란 화두는 금융위원회와 벤처투자업계 반발에 다소 사그라든 분위기다. 벤처투자업계는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재원을 하나로 통합할 경우 시장에서 정부 목소리가 커지고 다양성을 해칠 것이라는 이유로 재원 통합을 반대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처음 통합설이 불거진 이후 각 재원 목적과 통합에 따른 절차 등을 자문위 측에서 물어온 이후 추가 질의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도 “국정기획자문위에 재원 통합과 관련한 VC업계 의견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재원 통합설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벤처투자 정책 전반을 되짚어봐야 할 때라고 말한다. 벤처투자업계에 대한 장기 계획 없이 재원 통합부터 내세우는 것은 부처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창투사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위가 신기사 자본금 요건을 크게 낮추면서 창투사에 비해 운용 규제가 덜한 신기사로 전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회사 형태에 따라 어떤 출자자로부터 자금을 펀딩받아야 하는지를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벤처캐피탈협회도 “재원 통합과는 별개로 중기청과 금융위로 나뉜 벤처투자 관련 법령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을 해결하는 것은 VC업계 최우선 과제”라고 전했다.

실제 그간 벤처투자업계가 중기청 소관 창업투자회사와 금융위원회 소관 신기술금융사로 나뉜 탓에 벤처투자 시장 전반에 대한 분석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종훈 국민대 교수는 “재원을 통합해 정책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향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그간 모태펀드와 창투사의 투자 성과와 신기술금융회사 투자 성과를 분석해 벤처투자 정책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05년 모태펀드 출범 당시 연구용역을 담당했던 조영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모태펀드 출범 이후 민간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등 벤처투자 시장 마중물 역할을 충분히 해왔던 만큼 모태펀드도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며 “재원 통합 논의도 어느 범위까지 정책 목적으로 자금을 투입해야 할지 정한 뒤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국벤처투자 및 한국성장금융 현황, 자료:한국벤처투자 및 한국성장금융>

한국벤처투자 및 한국성장금융 현황, 자료:한국벤처투자 및 한국성장금융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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