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샤프가 중국 TV 제조사 하이센스를 상대로 자사 브랜드 사용을 중단할 것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샤프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고 하이센스가 미국 TV 시장에서 자사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샤프는 2015년 재정난 때문에 보유 자산을 매각하면서 중국 하이센스와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오는 2020년까지 하이센스가 자체 생산해 미국에서 판매하는 TV에 샤프 브랜드를 사용하는 조건이다.
샤프 측은 하이센스가 판매하는 TV가 조악해 소비자가 저가 제품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봤다. 5년 라이선스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 되면 샤프 브랜드와 상표권을 망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하이센스 TV를 시험한 결과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기준에 미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언급했다. 하이센스가 소비자에게 TV 크기와 선명도 등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것도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이센스 측은 샤프 측 주장을 부인하며 계약을 충실히 지켰다고 주장했다. 앞으로도 샤프 브랜드로 고급 TV를 생산해 판매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샤프가 미국 시장 판권을 회복하려는 것을 세계 TV 시장에서 입지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봤다. 최근 샤프가 중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TV 판매량을 늘리면서 재기에 나섰고 궁극적으로 프리미엄 TV 격전지인 미국에서 높은 브랜드 이미지로 도전하려는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샤프의 작년 세계 TV 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 샤프를 인수한 대만 폭스콘은 올해 샤프 TV 판매 목표치를 작년의 두배가 넘는 1000만대로 잡았다. 최고 1400만대로 상향 조정하는 등 TV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소니 TV사업부 출신인 오사나이 아쓰시 와세다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번 소송이 세계 브랜드로 재도약하려는 샤프에게 중요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샤프가 글로벌 가전회사로 되살아나려면 미국 TV 라이선스를 되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TV가 여전히 거실의 중앙을 차지하는 가전제품이며 가전 회사의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기 때문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