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지원(e知園)'이란 단어가 연일 언론에 등장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앞으로 이 회의는 받아쓰기도, 회의자료도 필요 없다”면서 “업무시스템 '이지원'이 업그레이드되면 우리 회의는 전자문서로 자동 저장될 것”이라고 말했죠.
굳이 받아쓰지 않아도 대통령 지시사항이 이지원을 통해 기록돼 후속 업무에 지장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이지원이 등장한 지는 오래됐습니다. 10년이 넘었네요. 참여 정부시절입니다. 한 마디로 업무관리 시스템이죠. 기존 온라인 보고 체계나 전자게시판을 개선해 문서 생성부터 결재 후 기록까지 처리 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참여 정부시절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민들이 잘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가운데 정부 혁신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대통령비서실 업무관리 시스템인 이지원을 만든 것입니다. 그것만 생각하면 그냥 기분이 좋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왜 기분이 좋았는지 한 번 알아볼까요?
Q:이지원은 무엇인가요?
A:전자 지식정원이라는 의미입니다. 참여정부에서 개발한 청와대 내부 업무 및 과제관리 시스템이죠. 기존 온라인 보고 체계나 전자게시판을 뜯어고쳤습니다. 전자문서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문서 생성부터 결재 후 기록까지 처리 과정을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삼성SDS가 만들었죠. 중소기업 참여제한 업종으로 선정되기 전이기에 가능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지원이 참여정부가 추구해온 '시스템을 통한 혁신'의 근간이라고 여러 차례 소개한 적 있습니다. 국민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투명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게 정부혁신 핵심이라는 것이죠.
이지원은 문서관리와 기록관리 시스템으로 구성됩니다.
문서관리 시스템은 문서 작성과 결재 과정을 일원화했습니다. 기록관리 시스템은 문서에 비밀 등급을 설정해 자동 보관합니다. 참여 정부가 추진한 공직사회 내 일하는 방식 개선을 위한 도구로 활용됐습니다.
개발 당시 이름을 공모할 때 배우 하지원이 주연한 '다모' 덕분에 젊은 층이 무의식적으로 하지원이 떠오르는 이지원에 투표를 많이 했다는 뒷이야기도 있습니다.
Q:전자문서는 종이문서와 어떻게 다른가요?
A:전자문서와 전자거래 기본법에 따르면 전자문서는 컴퓨터·모바일 등 정보처리시스템에 의해 전자적인 형태로 작성, 송신·수신 또는 저장된 정보입니다.
간단히 PC나 스마트폰으로 작성하거나 보는 문서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종이문서를 스캔한 것도 전자화된 문서로 전자문서 범주 안에 들어갑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문자나 카카오톡도 전자문서의 한 종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두 가지 개념으로 통용되기도 합니다.
하나는 기업 업무에서 발생·활용하는 모든 콘텐츠를 생애주기별로 관리하는 개념입니다. 다른 하나는 무역 전자거래 등에 사용되는 표준화된 데이터 메시지를 다루는 전자 자료 교환(EDI)에서 활용되는 문서입니다.
Q:이지원은 참여 정부 시절 어떻게 쓰였나요?
A:이지원은 2004년 하반기부터 정착되기 시작했습니다. 청와대 일하는 방식에서 실제 변화가 일어난 것이죠. 대표적인 변화는 온라인 보고입니다. 시일에 상관없이 온라인으로 보고하고 피드백을 기다리면 됩니다. 통상 대통령에게 보고하려면 일정부터 잡아야했던 과거와 분명 달라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행정관이 보고서를 작성해 비서관과 수석에게 보고해 검토를 받은 다음 대통령에게 전해집니다. 보고까지 걸리는 시간은 긴급한 사안을 제외하고는 짧아야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대통령 일정을 잡지 못해 몇 주나 몇 달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습니다.
이지원 온라인 보고가 도입된 이후에는 불필요한 대기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올라온 보고는 평균 하루 이틀 안에 대부분 처리됐습니다. 실례로 어떤 보고는 20분 만에 대통령 의견을 첨부한 시행지시를 전달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작성자가 보고서를 이지원에 올려놓고 퇴근 하면 새벽이나 주말에도 대통령 피드백이 와 직원들이 적지않게 당황했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라고 전해집니다.
Q:이지원은 앞으로 어떻게 쓰이나요?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지원을 참고해 새로운 정부 업무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 전면 개편 및 고도화'로 이름 붙여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와대는 이지원 시스템 기본 개념에 첨단 정보통신 기술과 보안 기술을 덧대 종합적인 업무 관리 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청와대 측은 단순히 PC에 설치해 사용하는 전자결재 시스템 수준을 뛰어넘어 새로운 업무시스템을 선보이겠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이지원 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했던 참여 정부 시절 청와대 업무혁신 비서관실 관계자들이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무래도 이름을 바뀔 듯합니다. 청와대에서는 개발 완료 후 실제 구동 단계에 들어가야 이름을 정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주최:전자신문
후원: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책소개>
◇'이지원, 대통령의 일하는 방식' 강태영·민기영 지음. 행복한책읽기 펴냄.
이지원은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팀 일원으로 직접 참여해 개발한 청와대 내부의 업무관리시스템 이름이다. 이 책은 참여정부 청와대 안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이 이지원에 꼼꼼하게 기록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선 행정관과 정책수석, 정책실장, 대통령이 격의없이 난상토론을 벌인 기록도 담았다. 대통령이 업무·과제 분류체계에 대해 고민하며 남긴 꼼꼼한 메모까지 이지원 속에 빠짐없이 남아 있다.
◇'대통령 없이 일하기' 김은경 외 지음. 행복한책읽기 펴냄.
이 책은 대통령 없이도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의 정치'를 추구했던 참여정부 대통령 비서실 이야기이다. 대통령 없이 일해 보려 했으나 결국은 대통령 없이 안되는 일도 많다는 시스템 한계에 대한 고백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제목처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인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없는' 시기에 출간하게 됐다. 이 책은 '우리 시대에 과연 대통령이란 무엇인가'란 물음에 대해 우리 모두에게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