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527>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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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부 예산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옵니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짜는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추가경정예산(추경) 관련 얘기도 자주 거론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공약을 지키기 위해 추경을 편성한다는 소식입니다.

정부 예산 편성은 가정으로 치면 '1년짜리 가계부'를 만드는 작업입니다. 내년 1년 동안 얼마나 돈을 벌 수 있고, 번 돈을 어디에 쓰고, 빚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관리할지를 결정하는 작업입니다. 정부가 예산 계획을 잘 세워서 세금을 적절한 곳에 써야 우리 경제가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예산 편성부터 지출까지 국민 모두 큰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 입니다.

Q:예산 편성이 무엇인가요?

A:예산 편성은 정부가 내년 1년 동안 벌 돈이 얼마인지 가늠하고, 여기에 따라 지출 계획을 세우는 일입니다. 다시 말하면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얼마나 거둬서 어디에 쓸지를 결정하는 작업입니다.

가정만 해도 1년짜리 가계부를 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연봉을 대충 예상하더라도 어디에 얼마나 돈을 써야 가장 '효율적인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항상 예상치 못 한 지출도 생기기 마련이죠.

정부의 예산 편성은 더욱 복잡합니다. 우선 1년 동안 세금이 얼마나 걷힐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세금이 많이 걷힐 줄 알고 여기에 맞춰 지출 계획을 짰는데 수입이 예상에 못 미치면 빚이 늘거나 정책에 차질이 생깁니다. 그렇다고 세수를 지나치게 적게 예상하면 지출 계획이 소극적이 돼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세수 규모를 정확하게 예상하고, 여기에 따라 효율적으로 지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예산 편성은 어떤 절차로 이뤄지나요?

A:예산 편성은 우리 경제를 총괄하는 정부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담당합니다. 기재부에 예산 편성 업무를 전담하는 예산실이 있습니다. 기재부는 매년 3월께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만들어 각 부처에 전달합니다. 지침이 확정되는 순간부터 예산 편성 작업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각 부처는 지침을 바탕으로 내년에 어떤 사업을 수행하고, 여기에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 등을 결정합니다. 이렇게 작성한 것인 예산요구서입니다. 각 부처가 자율적으로 예산요구서를 작성하지만 기재부가 제시한 상한액이 있어 무한정 예산을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각 부처는 5월 예산요구서를 기재부에 제출하고, 이후 부처 간 협의와 국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최종 예산안을 확정합니다.

정부가 예산안을 확정한 것으로 작업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기재부는 최종 예산안을 9월 국회에 제출합니다. 국회의원들은 정부가 작성한 예산안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검토합니다. 검토와 수정을 거쳐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비로소 관련 작업이 모두 마무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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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매년 예산은 어디에, 얼마나 쓰이나요?

A:전체 예산 규모는 매년 달라집니다. 올해 기준 정부 총수입은 414조3000억원, 총지출은 400조5000억원입니다. 정부가 414조3000억원을 벌어 400조5000억원을 쓰겠다는 의미입니다.

총지출 규모는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커지며 자연스럽게 정부 지출로 추진해야 할 정책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예산은 386조4000억원이었으니 1년 만에 14조1000억원이 늘어난 것입니다. 올해 처음 예산이 400조원을 돌파하며 '슈퍼예산'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내년 예산도 400조원을 넘길 전망입니다.

정부는 예산 지출 분야를 크게 12개로 분류합니다. 가장 돈을 많이 투입하는 분야는 보건·복지·고용 분야 입니다. 올해 기준 129조5000억원이 배정됐습니다. 전체 예산의 30%가 넘는 수준입니다. 국민 복지 전반과 일자리 창출, 건강 관리 등을 위한 지출이라 규모가 큽니다.

보건·복지·고용 다음으로는 일반·지방행정(63조300억원), 교육(57조4000억원), 국방(40조3000억원) 등의 순서로 지출이 많습니다.

Q:추경은 뭔가요?

A:우리가 생활하다 보면 예상보다 돈을 더 써야 할 일이 생기곤 합니다. 일례로 갑자기 몸이 아프거나 사고가 나면 계획에 없던 치료비 지출이 불가피 합니다.

정부도 마찬가지 입니다. 1년치 지출 계획을 미리 세웠지만 중도에 '불가피한 일'이 생겨 돈을 더 써야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편성하는 게 추경입니다.

추경을 함부로 편성할 수는 없습니다. 계획에 없던 지출을 늘리는 것이라 그만큼 빚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 추경 편성은 경기 침체, 대량 실업,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등이 발생했을 때로 한정됩니다. 정부가 추경 편성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해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가 검토를 거쳐 통과 여부를 결정합니다.

정부는 최근 추경을 편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추경 편성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추경 편성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불가피한 사유로 '어쩌다가' 편성해야 하는 추경이 너무 잦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올해까지 추경을 편성하면 3년 연속입니다. 추경 편성이 상시화 되면 1년치 예산을 정확하게 짜는 의미가 없겠죠.

추경 편성이 잦아지면 빚이 불어나는 것도 문제입니다. 보통 추경은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마련하기 때문에 '나랏빚'이 커집니다. 올해는 다행히 세금이 예상보다 많이 걷혀 빚을 늘리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매년 '세수 풍년'을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추경 편성은 최소화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평가입니다.

주최:전자신문 후원: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련도서>

◇'정부 예산과 재무행정' 하연섭 지음. 다산출판사 펴냄

정부 예산과 재무행정 전반을 다룬 이론서다. 정부 예산은 무엇이고 어떤 기능을 하며, 어떻게 분류하는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예산 편성 과정, 심의 절차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개정판을 마련하면서 새롭게 깨달은 내용과 새롭게 접한 예산 관련 제도를 담았다. 특히 최근 재정 규율과 재정건전성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해 '예산제도와 재정규율'을 새롭게 포함했다.

◇'국가재정 이론과 실제' 김춘순 지음. 학연문화사 펴냄

국가 재정 전반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론과 실제를 체계적으로 접목했다. 저자는 “'재정제도와 재정권한'의 역동적 상호작용을 어떻게 하면 쉽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기초로 책을 저술했다. 이론별로 세부 사례와 최신 통계치를 더해 독자 이해를 도왔다. 저자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정무위 전문위원, 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 등을 역임한 재정 전문가다. 지금은 예산정책처장(차관급)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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