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원개발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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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류 문명 발전의 근간을 이루는 2대 산업으로 농업과 광업을 꼽는다. 농업은 인간에게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음식물을 제공한다. 광업은 인간의 사회생활을 영위하게 하는 자재, 원료, 연료를 개발하는 필수 산업이다.

우리나라의 자원 개발 역사는 한국광물자원공사(옛 대한광업진흥공사)와 맥을 같이한다. 광물공사가 다음 달 5일이면 설립 50주년을 맞는다. 광업은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중석(텅스텐)은 한때 세계 3위 수출 품목이었다. 강원도 영월 상동광산은 텅스텐 광산으로 이름을 날렸다. 상동광산은 매장량과 생산 규모에서 단일 광산으로는 세계 최고였다. 세계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했다. 정부는 광업으로 경제 발전을 이루기 위해 1967년 6월 5일 대한광업진흥공사를 설립했다.

그 후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자원 개발이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이때 명칭을 한국광물자원공사로 바꾸고 업무도 광업 지원에서 자원 개발도 직접 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당시나 지금이나 민간 기업이 자원을 개발한다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다. 민간 기업은 채산성이 떨어지면 굳이 자원 개발에 나설 이유가 없다.

국가 경제 차원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당장은 채산성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장기 관점에서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기업을 독려해서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고, 필요하다면 함께 진출해야 한다. 이것도 안 되면 단독 진출이라도 해야 한다. 자원을 수입해서 가공해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우리나라 경제 모델에서 광물 자원의 안정 공급은 국가 경제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

올해 국제 원자재 시장이 2009년 이후 8년 만에 최고 호황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기가 개선되고 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에 돈과 투자자가 원자재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에너지와 광물 자원 수입률이 90%를 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자원 확보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지금도 자원 부국은 틈만 나면 자원 수출량 조절로 에너지와 광물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자원 전쟁에서 자원 개발 동력을 잃었다. 자원 개발 공기업이 그렇다.

여기서 멈출 수 없다. 다시 힘을 내야 한다. 다만 명심해야 할 일이 있다. 무엇보다 재무 건전성을 이유로 기존에 투자한 사업을 무조건 매각해서는 안 된다. 사업을 좀 더 면밀히 검토해서 계속 유지·관리할 것과 처분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광물공사가 지난해 9월 매각한 페루 마르코나 구리 광산 사업은 아쉬움이 남는다. 구리는 유연탄, 우라늄, 철, 아연, 니켈 등과 함께 정부가 지정한 6대 전략 광종이다. 광물공사는 지난해 국내 1곳, 해외 3곳의 사업을 매각했다. 올해는 호주 유연탄 사업 3곳이 매각 대상이다.

이 사이에 GS에너지와 GS글로벌은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섬에 있는 BSSR 석탄광(유연탄) 지분 14.74%를 4500만달러(약 540억원)에 인수했다. 공기업은 팔고 민간 기업은 사들이는 형국이다.

자원 개발 사업의 기본 속성은 10~20년을 내다보고 계속 밀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손실이 조금 난다고 해서 손을 떼면 인력도, 노하우도 다 없어진다. 무엇보다 장기 관점에서 봐야 한다. 자원 개발은 2~3년 만에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공기업 사업은 정부가 믿고 밀어 주지 않으면 지속하기 힘들다. 광물공사의 경영 정상화는 1조원 이상이 투입된 멕시코 볼레오 구리 광산 사업과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사업의 성공 여부에 있다.

밖에서 보는 시각은 매우 안 좋다. 광물공사는 지금보다 더 강력한 경영 혁신이 필요하다. 인건비를 감축하고 비핵심 자산을 처분한다고 해서 지금의 부실을 털어낼 수는 없다. 인력 감축과 자산을 쪼갠 뒤 매각하고 새로운 수익 사업을 창출하는 등 확실한 혁신이 실행돼야 된다.

그렇지 않다면 '대마필사'를 위한 절차 밟기라고 생각된다. 지금이라도 광물공사는 현실에 처한 선택을 해야 한다. 이를 못하면 존립마저 위태롭다. 광물공사의 변화를 기대한다.

강천구 영앤진회계법인 부회장 kkgg100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