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스마트가전시대, AS 경쟁 재점화

외국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처음 생활을 시작할 때 편리함에 세 번 놀란다고 한다. 첫 번째는 새벽에도 성업 중인 음식점이다. 다음은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몇 시간 만에 집으로 배달되는 각종 생필품이다. 마지막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신속, 친절'한 전자제품 사후관리(AS)다. 외국인들은 고장 난 전자기기를 하루 만에, 그것도 직접 방문해서 고쳐 준다는 것에 감동한다.

좀 과장되게 표현하면 한국 전자, 가전 산업은 AS가 지켜 내고 키워 냈다. 미국, 유럽, 일본이 앞선 브랜드 파워와 기술력으로 한국 시장을 호시탐탐 노릴 때 국내 가전업계는 걸음마 단계였다. 세탁기와 냉장고 등 백색가전은 미국과 유럽 브랜드, 오디오비디오(AV) 가전은 일본 브랜드가 각각 '부의 상징'이었다. 일본 AV 가전은 '수입처 다변화 정책'으로 수입 제한을 강제해도 밀수와 병행 수입 형태로 들여와 고가에 팔던 시절이었다.

국내 가전업계가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한 '신의 한 수'가 바로 고품격 AS였다. LG전자서비스, 삼성전자서비스, 대우전자서비스 등 별도 법인을 설립해서 적자를 무릅쓰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당일 방문해서 해결해 주는 신속 출장 AS, 서비스 불만을 체크하는 해피콜, 저렴한 AS비용은 당시 제품 품질에서 우위에 있던 외국 브랜드의 가전업체가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이렇게 시간을 벌며 경쟁력을 확보한 한국 가전업계는 외국 가전업계에 모든 빗장을 풀어 주고도 당당히 내수 시장을 지켜 냈고,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스마트가전 시대다. 고객들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편리하지만 복잡하게 느껴지는 생소한 첨단 스마트 제품이 두렵다. 이런 소비자 심리를 가장 먼저 읽은 것은 삼성전자다. 올 상반기 중에 “S'드림”이란 명칭으로 토털 서비스를 시작한다. 경쟁사들도 명칭은 다르지만 비슷한 형태의 고품격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가전유통업계에 20년 전에 불붙은 서비스 경쟁이 재현, 스마트 가전 시장 확대의 동력으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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