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함께 가는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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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금융경제증권부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이요? 혼자는 가입도 못해요.”

시각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아쉬운 감정을 표했다. 기대가 큰 만큼 아쉬움도 컸다고 한다.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은 많은 사용자 불편을 해소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반면에 원래 이용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여전히 문턱이 높았다. 신기술이 불러오는 혁신에 정보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는 아직까지 후순위에 머물렀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다양한 산업과 서비스가 디지털 세계로 기반을 옮겼다. 최근 모바일 뱅킹으로 여러 편의 서비스를 선보인 금융권은 점차 오프라인 지점을 줄여 가는 추세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온·오프라인연계(O2O) 서비스도 기존의 시장 질서를 뒤흔든다. 서비스 핵심 채널로 모바일을 강조하면서 일부 서비스는 '모바일 온리(mobile only)' 전략까지 세운다.

많은 이에게 편리함을 선사하는 디지털 기술도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와 장애인에게는 더 높은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 그나마 직원 도움을 받는 오프라인 창구마저 줄어들면 어려움은 더 커진다. 모바일로 언제 어디서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정보 접근 취약계층은 오히려 더 제약받는 역설 상황이 우려된다.

최근 핀테크 기술은 이미 문제 해답을 찾았다. 스마트폰 기술 발달과 함께 등장한 각종 비대면 인증 기술과 생체 인식 기술은 정보 접근 취약 계층에게도 사실 새로운 기회다. 필요한 것은 서비스 기획 단계에서 취약 계층의 접근성을 고려한 설계다. 나아가 사용자 관점에서 바라본 끊임없는 개선이다.

무조건 앞서 나가는 혁신보다는 처음부터 그늘을 살피고 함께 가는 혁신이 필요하다. 모든 체계가 완성된 후에 뒤늦게 고치려고 하면 더 큰 비용이 발생한다.

취약 계층이 느낄 디지털 격차와 소외감을 뒷전으로 미뤄선 안 된다. 이제 초입에 들어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누구나 편리함을 함께 누리도록 정부와 산업계 전반이 접근성 확대에 동참하길 기대한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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