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HPC, 고성능으로 데이터처리 척척... 1988년 도입돼 CG렌더링까지

초고성능컴퓨터(HPC)는 초대용량 정보를 초고속으로 생산·처리하는 컴퓨터 시스템이다. 일반 PC에 비해 높은 중앙처리장치(CPU) 성능, 높은 메모리 대역폭, 빠른 네트워크로 높은 성능을 구현한다. 대량의 수치 계산을 신속·정확하게 수행해 기초과학, 응용과학 등 첨단 기술 전 분야에 활용된다. 이 때문에 국가과학기술 수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로 평가받는다.

주로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계산과학·시뮬레이션 분야에 활용한다. 실험으로 불가능하거나 제한된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쓰임새가 많다. 무수한 단백질 가운데 화합물을 탐색하는 신약 개발 분야가 대표적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생산된 데이터 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기업 및 산업 영역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원장 한선화)이 1988년 처음으로 도입했다. 300억원에 HPC 1호(Cray 2S)를 구입해 당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시스템공학연구소(SERI)에 설치, 시험 가동했다. 성능은 2기가플롭스(GF·초당 10억번 연산)로 현재 PC보다 떨어졌지만 국내 슈퍼컴퓨팅 활용 기술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됐다.

HPC 1호는 기상청에서 30시간 걸리던 일기예보 모델 분석을 1시간 안에 처리했다. 차량 안전성 테스트에도 쓰였다. 시뮬레이션 기법을 처음 적용, 기당 1억원에 이르는 더미인형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HPC 2호(Cray C90)는 1993년에 도입됐다. 국내 HPC 활용 수준을 선진국 수준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였다. 민간 산업에도 적극 활용, 김치냉장고 '딤체' 설계 기반이 됐다.

본격적인 3호기 도입은 2002년 이후 본격화됐다. 소규모 시험 모델 도입에 이어 NEC SX-6 모델을 2003년 2월 도입했다. 그해 7월에는 IBM p690 모델을 들여왔다. 특히 p690 모델은 성능이 4.3테라플롭스(TF·초당 1조번 계산)에 달했다. 그동안 초고성능 CPU 하나만 이용하던 HPC 1·2호와 달리 CPU 병렬 연결 방식을 이용했다. 이때부터 HPC가 초대형 응용 연구에 활용됐다.

HPC 4호기(IBM p595)는 2009년 도입 당시 세계 14위 수준의 성능을 자랑, 다양한 역할을 도맡았다. R&D는 물론 영상 렌더링 작업에도 활용됐다. 스키 점프를 다룬 영화 '국가대표'에서 점프 활강 컴퓨터그래픽(CG) 모습이 HPC 4호기 도움으로 제작됐다. 3차원 모델링을 통한 문화재 복원, 군사 작전 능력 강화 및 비행 시뮬레이터 구현에도 쓰인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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