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투자회사들이 몸집 불리기에 한창이다. 운용자산(AUM) 5000억원 이상을 굴리는 창투사가 5개로 늘었다. 단일 창투사 운용자산 1조원 돌파도 목전에 두고 있다. 벤처캐피털(VC) 업계가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2일 VC업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지난 달 24일 에스비글로벌챔프펀드 결성 총회를 개최했다. 산업은행, 소프트뱅크그룹, 소프트뱅크코리아, KB손해보험, LG유플러스, 고용보험기금, 한국벤처투자가 1210억원을 출자했다. 당초 결성 목표금액인 800억원을 훌쩍 넘긴 규모다.
펀드 결성으로 소프트뱅크벤처스 전체 운용자산 규모는 5228억원으로 늘었다.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펀드 규모에 걸맞는 전략 변화와 투자 지역 확대, 투자조합원(LP) 다변화 등을 추구하고 있다”며 “투자회수 전략 또한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자본시장 진출과 해외기업과 인수합병(M&A) 추진 등으로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국내 VC 시장에서 5000억원 이상의 펀드를 운용하는 다섯 번째 창투사가 됐다. 운용자산 1조원을 넘보고 있는 한국투자파트너스(9826억원)를 비롯해 LB인베스트먼트(6171억원), SBI인베스트먼트(5752억원), KTB네트워크(5282억원) 등 대형 창투사 수준으로 올라섰다.
신규 벤처투자 확대 등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을만한 창투사가 없다는 것이 VC업계의 일반적 평가였다. 2006년 10월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처음으로 총 운용자산 5000억원을 달성한 이후 2012년까지 이에 필적하는 창투사는 등장하지 않았다. 2013년 들어서야 한국투자파트너스, LB인베스트먼트 등이 성장세를 보였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2013년 기점으로 벤처투자업계에 다시 자금이 돌기 시작했다”면서 “은행권과 산업계 개별 기업, 연기금 등 민간 자본이 벤처펀드에 유입되면서 규모 확대와 더불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했다.
창투사 운용자산 규모 확대와 더불어 개별 벤처펀드도 대형화하는 추세다.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신규 펀드 결성으로 1000억원 이상 벤처펀드는 19개로 늘었다. 지난해 신규 결성된 1000억원 이상 펀드도 4개에 달한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지난해 결성한 '한국투자 핵심역량 레버리지 펀드'로 1000억원 벤처펀드를 3개로 늘렸다. KTB네트워크도 지난해 말 1660억원 규모 'KTBN 11호 한중펀드'를 결성했다. 역대 단일 벤처펀드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백여현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1조원 벤처펀드 결성을 조만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규모 확대에 걸맞게 VC업계도 새로운 시장 개척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0억원 이상 벤처펀드 현황, 자료: 벤처캐피탈협회 및 업계 취합>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