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드론 제조·유통업체 대표들은 한목소리로 '옥상옥'이 되고 있는 드론 인증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인증이 정부 산하기관 수익 도구로 활용돼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위기에 내몰린 국내 드론 관련업체 대표 5인을 만나봤다.
△경기도 A드론 제조·유통사 대표
“최근 중국에 법인을 냈다. 온라인 사이트도 개설했다. 중국에서 드론을 만들어 국내에 택배로 부칠 생각이다. 인증비용을 피하기 위해 역직구로 사업 방향을 튼 것이다.”
△완구용 드론 제조사 B대표
“손바닥만한 완구용 드론조차 최소 350만원 넘게 인증비용이 발생한다. 드론 날개에 손을 집어넣어도 상처 하나 안 남을 만큼 작은 크기인데도 예외가 없다. 안 그래도 중국산 드론보다 원가 자체가 두 배 정도 비싼데 인증비용까지 더하고 나면 가격 격차가 너무 벌어진다. 세상에 없는 제품을 내놓지 않는 이상 경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인천 C드론 제조사 대표
“메이드 인 코리아 마크를 붙이고 제품을 팔지만 부끄러울 때가 많다. 부품은 죄다 중국산이기 때문이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립도 쉽지 않다. 값싼 중국산과 경쟁하려면 인건비가 부담이다. 그런데도 기체를 조금만 손봐도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 드론 제조사는 갈수록 문을 닫는 데 인증기관만 늘어나는 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수원 D드론 제조사 대표
“주위에서 미쳤다고까지 했다. 국내 드론 제조사 대표는 아마 다 이런 취급을 받을 것이다. 중국 기업은 매달 저렴하면서 성능 좋은 신제품을 쏟아낸다. 해외 직구 전용 온라인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 또는 타이바오를 통하면 중국산 드론을 손쉽게 살 수 있다. 주문을 넣은 뒤 보름 내 물건이 온다. 그런데도 규제 날만 세우는 우리 정부를 보면 현실을 너무 모르는 듯하다.”
△완구용 드론 E제조사 대표
“국내 드론 예산 지원 항목을 보면 원천기술 영역은 소외돼 있다. 정부 투자는 산업용 드론에 쏠려 있다. 그마저도 기술개발 지원 예산보다는 드론에 농업용 장비나 태양광 장치 등 특정 기능을 덧붙일 때 주는 돈이 대부분이다. 중국은 완구용 드론으로 기술력과 시장을 키웠다. 더 늦기 전에 제조업이 연구개발에 힘쓸 수 있도록 정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