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글로벌 종합 회계 컨설팅 기업 KPMG가 발간한 '핀테크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과 기술을 결합해 기존 보험 산업을 혁신하는 서비스를 의미하는 '인슈어테크'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웨어러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과 같은 혁신 기술이 보험 산업에 적용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글로벌 인슈어테크 기업에 대한 벤처 투자는 11억9000만달러로 2015년 5억9000만달러보다 두 배 넘게 증가, 그 성장세를 입증했다.
인슈어테크로의 세계적 트렌드는 한국에도 적용됐다. 국내 대형 보험사는 AI를 활용한 챗봇 서비스를 통해 보험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이나 보험금 청구 방법, 국비 서류 안내, 계약 대출 이용 방법 등 보험 관련 업무 상담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운전자 습관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한 자동차 보험을 출시하는 등 보험 상품과 기술을 결합한 다채로운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 인슈어테크 산업의 성장을 도모하기 전에 기본으로 돌아가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단순히 기술을 활용한 보험 상품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보험의 질적 성장과 소비자 편익 개선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 짚어 봐야 한다.
기존의 보험 시장에서 지적된 복잡한 유통 구조와 불완전 판매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인슈어테크를 통한 혁신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변화는 해외에서 먼저 확인할 수 있다. 2011년부터 금융 강국 영국을 비롯해 독일, 미국 등은 기존 보험 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보험 소비자 수요에 적합한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 법제 개혁을 시행해 왔다. 그 움직임의 하나로 영국 BBM(Bought By Many)이라는 크라우드 보험 공동 구매 사이트에 주목, 볼만하다.
크라우드 보험은 기존의 보험 시장에서 제공하지 않는 동일 위험에 대한 보험 수요가 있는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BBM의 경우 보험회사와 계약을 맺고 단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각의 보험을 카테고리로 나눠 소비자들을 그룹화한다.
공통 의사가 있는 소비자 그룹이 커질수록 보험회사와의 가격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으며, 그룹화된 소비자 참여 인원수에 따라 보험상품 가격 할인율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또 그룹화된 소비자가 원하는 보험상품 보험료 혜택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보험 상품 개발을 요구할 수 있다. 소비자가 직접 참여해 원하는 보험 상품과 보장 내용 등을 요청하고, 수렴된 소비자 니즈를 BBM이 보험회사와의 협상으로 상품화해 나가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소비자 지위가 격상됐다는 점이다.
기존의 소비자는 푸시 마케팅 대상으로서 보험 상품 조건에 맞춰 수동적으로 가입하고, 재보험사-보험중개사-원수사-보험설계사 등을 통해 덧붙여진 유통 마진을 그대로 떠안는 형태였다. 반면에 크라우드 보험은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직접 설계함으로써 능동형으로 바뀌었다.
복잡한 유통 단계 없이 보험사와 직접 만남으로써 부풀려진 보험료, 불필요한 특약에 따른 불완전 판매 등 문제도 해결된다.
복잡하고 어려운 보험 시대는 저물었다. 한국 인슈어테크 산업 역시 소비자에게 좀 더 쉬운 보험, 참한 보험, 친절한 보험을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 보험 상품의 정보 비대칭성 문제와 상품 선택 및 해지에서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조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진정한 인슈어테크라 할 수 없다.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보험에 간편하게 가입하고 합리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새로운 인슈어테크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김영웅 엘케이엠에스리미티드 대표 yeongwoong.kim@lkm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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