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액셀러레이터에 입주해 있던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현지 진출 기회뿐만 아니라 기술개발, 사업타당성 조사, 잠재시장 확보에도 도움이 됐다는 입장이다. 창업자가 현지 시장에 직접 진출해서 얻는 정보와 인프라 자체만으로도 사업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지난해 중국 선전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핵스(HAX)에 입주한 메텔은 패브릭센서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욕창(압박궤양)을 방지하는 제품을 개발 중이다. 패브릭센서로 옷에 가해지는 압력을 실시간 측정한다. 이를 토대로 장시간 누워있는 환자 신체에 욕창이 발생하기 전에 보호자에게 신호를 보낸다.
정기 메텔 대표는 중국 액셀러레이터 핵스에 입주한 이유로 현지 제조업 인프라를 꼽았다. 제품 개발 전 핵스에 입주한 후 개발 과정에서 현지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선전에 밀집한 전자부품 상가 덕분에 한국에서보다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며 “핵스에 입주한 후 멘토들 도움을 받아 기술을 상용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핵스에서 제공한 현지 파트너십은 향후 제품을 출시한 후 중국 진출에서 활용할 수 있다”면서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잠재적인 발판을 마련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현지에 진출한 덕분에 현지 진출 여부를 가늠한 스타트업도 있다.
문관균 에그번에듀 대표는 지난해 말레이시아 액셀러레이터 MaGIC에 입주했다. 에그번에듀는 챗봇 기반 언어 학습 애플리케이션을 서비스한다.
문 대표가 MaGIC에 입주한 이유는 주요 시장이던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하기 위해서였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선 영어권 국가인 말레이시아 시장에 먼저 진출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문 대표가 겪은 현지 시장상황은 예상보다 밝지 않았다.
문 대표는 “애초 계획은 말레이시아 현지 법인을 설립한 후 영국에 진출하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말레이시아에 머물면서 직접 시장조사를 해보니 우리가 기대했던 만큼 동남아시아 시장이 커지려면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문 대표는 지난해 말 말레이시아를 떠났다.
현재 에그번에듀는 올해 초 영국 런던에서 법인 설립을 진행 중이다. 최근 영국과 스웨덴 엔젤투자자, 국내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털사로부터 투자금 9억원을 유치하기도 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