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장비는 통신사에 '팔방미인'이다. 통신·네트워크 전 영역에서 장비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 설비투자 비용을 최소화, 수익을 남기려는 통신사에 저렴한 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화웨이가 매력적인 이유다.
통신사 관계자는 “사업을 제안하면 화웨이가 최저가로 입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구매자(통신사)가 원하는 가격으로 맞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표 사례가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말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파트너로 선정됐다. 유선 네트워크 장비를 구축하고 경기 데이터 전송과 통신망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당시 다수 통신·네트워크 장비가 입찰에 참여했지만 화웨이가 가장 작은 비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장비 개발부터 생산까지 일원화된 체계를 갖춘 덕분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나 주문자개발생산(ODM) 방식이 아니라 자체 공장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제품 단가를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다.
한국화웨이 관계자는 “장비 제조·판매와 단순 유통은 원가 자체가 다르다”면서 “ODM 회사는 제품가격의 몇%를 지불하기 때문에 절대 원가라는 게 존재하지만 화웨이는 직접 제조해 불필요한 원가를 뺄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중국 제품이 가격은 저렴하지만 성능은 뛰어나지 못하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화웨이는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로 '중국산'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켰다. 2015년 기준으로 화웨이가 R&D에 쏟아부은 금액은 596억위안(약 86억달러)이다. 전체 매출 대비 15.1% 비중이다. 화웨이는 2011년 이후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매출 추정치를 근거로 작년 R&D 투자액을 계산하면 약 782억위안(113억달러)을 썼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네트워크 장비 업계 최대 규모다.
화웨이의 과감한 R&D 투자는 기술력으로 이어졌다. 2015년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가장 많은 특허를 신청한 기업도 화웨이다. 국제특허 출원 건수 3989건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차세대 통신기술인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분야에서도 선두주자다. 한국지식재산전략원이 분석한 결과 SDN, NFV 특허 출원 세계 1위도 화웨이다. 총 345건을 출원, 2위인 NEC 264건보다 한참 앞섰다.
화웨이 제품 성능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에선 과거에는 제품 성능을 이유로 화웨이 제품을 쓰지 않았지만 갈수록 기술력이 비약적으로 좋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