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나와라 뚝딱!' 콘텐츠로 본 술의 세계

“술을 마실래? 영화를 볼래? 아니면 영화 보고 나서 술 마실까? 아니, 이젠 영화관에서 술 마실 수도 있어.” 영화와 드라마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 없다면 어떨까? 술꾼이 아니더라도 술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처럼 술이 없다면 밋밋해지는 영화와 드라마를 많이 볼 수 있다.

◇ ''작품? 현실?'' 영화 속 술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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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개봉예정작〈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주인공 김민희가 선보이는 술연기나 대사처럼 영화 속 음주장면은 현실성 있는 배우들의 연기로 관객들의 호응을 받는다. (사진=영화제작전원사 제공)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리얼하게 술 마시는 장면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경쟁 부문 후보로 올랐고, 김민희가 은곰상여우주연상을 받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술 마시는 장면뿐만 아니라 술자리에서 김민희의 대사 또한 리얼하다는 점이 주목됐다. 홍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서 이선균(성준 역)과 정은채(해원 역)는 리얼한 음주 연기를 통해 내면 심리를 표현했다.

장률 감독의 <춘몽>은 한예리(예리 역)가 운영하는 고향주막이 주무대다. 안식처이자 삶의 오아시스인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양익준(익준 역), 박정범(정범 역), 윤종빈(종빈 역)이다. 양익준과 박정범은 감독 겸 배우고, <비스티 보이즈>, <군도: 민란의 시대>를 연출한 윤종빈은 카메오와 특별출연으로 스크린에 얼굴을 비친 적은 있지만 첫 주연 데뷔를 했다.

감독이자 배우인 세 명의 만남도 주목됐고, 그들이 술잔 앞에서 나눈 이야기 또한 관객으로부터 오랫동안 회자됐다. 영화 속 술을 마시며 나눈 이야기는 장률 감독의 메시지일 수도 있지만 직접 출연한 양익준, 박정범, 윤종빈 감독의 목소리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는데 우리가 흔히 술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도 많이 포함됐기에 관객으로부터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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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타짜〉는 도박장면만큼이나 강렬한 음주연기로 사람들의 시선을 잡은 바 있다. (사진=싸이더스 제공)

<타짜>에서 술 마시는 장면은 손재주와 호승심 가득한 도박 장면 이상으로 강렬함을 전달하는데 술을 마시며 역사가 이뤄진다는 말은 현실에서도 영화에서도 모두 적용된다는 것을 보여 줬다.

◇ 시청률도 흡입하는 드라마 속 술의 세계

서로 다른 이유로 혼자 술 마시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tvN 드라마 <혼술남녀>는 고쓰(고퀄리티 쓰레기) 진정석 역의 하석진과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박하나 역의 박하선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의 술 문화와 취업준비생인 공시생의 삶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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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음주장면은 영화 못지않게 자연스러운 현실성과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며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장치로서 한몫한다. 최근 ''혼술족'' 트렌드를 반영한 tvN드라마〈혼술남녀〉(사진=tvN제공)

혼자 하는 것이 민망했던 시대를 지나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해진 시대를 거쳐 이제는 혼자 하는 것이 문화로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됐다. 예전에는 혼자서는 무슨 재미로 술을 마시느냐는 사람이 많았지만 누군가와 함께하면서 불편하게 술 마시기보다 혼술을 택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드라마는 뜨거운 호응에 시즌2가 예정돼 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술 마시는 장면이 나올 때 관객이 술 마시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작품 속의 술 마시는 상황을 그대로 재연하지 못하기 때문에 감정이 억제될 수 있지만 <혼술남녀>는 혼술하는 장면과 함께 술 마시는 장면이 모두 있기 때문에 혼술족에게 드라마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인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 줬다.

KBS 1TV <우리 집 꿀단지>는 학자금 대출과 최저 시급 알바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청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최명길이 맡은 배국희 역은 전통주를 만드는 주류회사 풍길당의 사장이었다. 술을 마시는 이야기 외에도 술을 만드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와 영화는 호기심을 더욱 자극, 시청자에게 술 생각이 나도록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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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도깨비〉에서는 공유와 이동욱, 이엘, 육성재 등 출연배우들이 술을 마시며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일상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사진=드라마 도깨비 캡처)

드라마 <도깨비>에서 술은 감정을 격발시키거나 갈등 해소에 사용되기보다 긴장을 푸는데 더 큰 역할을 했다. 공유(도깨비 김신 역)와 이동욱(저승사자 역)은 표면적으로나 과거 관계로 볼 때 모두 함께 있기 어색한 사이지만 같은 집에 살면서 티격태격한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장면에서 맥주가 자주 등장한다. 일상에서도 가볍게 맥주 한 캔 마시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많지만 이런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바로 맥주를 당기게 만든다.

마음이 상한 이엘(삼신할매 역)이 육성재(유덕화 역)에게 술 마시러 가자고 말하는 장면, 신들도 답답한 마음을 풀 때는 인간들처럼 술 한잔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흥미롭다.

치킨에 맥주, 일명 치맥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는 뭐니뭐니해도 SBS의 <별에서 온 그대>다. 전지현(천송이 역)과 김수현(도민준 역)이 만든 치맥 열풍은 인천 월미도 문화거리의 야외공연장 갈매기홀 앞 광장에서 중국 유커 4500명이 참여하는 치맥 파티로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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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별에서 온 그대〉는 국내외에 치맥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을 정도로 음주장면이 화제가 됐다. (사진=SBS 제공)

드라마는 촬영돼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시간 간격이 영화보다 더 짧기 때문에 술 장면 또한 현실적 느낌으로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드라마에서 짜장면을 먹는 장면이 나오면 전국의 중국집 전화가 불통이 되는 것처럼 <별에서 온 그대>를 본방 사수하기 위해 일단 치킨부터 시켜놓는 재미있는 현상은 앞으로도 다른 드라마를 통해 지속될 것이다.

◇ ''술이 나인지 내가 술인지'' 예능 속 술 이야기

예능 프로그램은 단지 술을 마시고 싶게 만드는 것에서 한 술 더 나아가 술을 주인공으로 만들기도 한다. tvN 예능 프로그램 <인생술집>은 격식과 긴장을 벗어 놓고 술보다 사람에게 취하는 공간을 꾀하면서 사람에게 취할 경우 술이 더 달달해진다는 묘한 함정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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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인생술집〉과 JTBC〈냉장고를 부탁해〉등 최근 예능프로그램들은 술을 테마로 연예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콘셉트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사진=tvN, JTBC 제공)

최고의 셰프들이 처치 곤란했던 냉장고 안 재료로 15분 이내에 음식을 만드는 JTBC의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 박나래 편에서는 해장 음식을 주문했는데 시청자 입장에서는 해장 음식 만드는 시간 동안 술이 떠오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백종원 편에서의 술 만드는 장면, 김구라 편 세계맥주 시음 장면 등은 시청자의 술 욕구를 강하게 자극한다.

영화, 드라마, 예능에서 술 마시는 장면이 나올 때 보는 이가 술을 마시고 싶어지는 것은 먹방을 볼 때 식욕이 당기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런 심리는 간접광고(PPL)와 연결되면서 문화예술과 술문화, 음식문화가 얼마나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알 수 있다.

천상욱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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