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과 대통령 선거 정국을 지나면서 대한민국 사이버 사회가 더욱 혼탁해지고 있다. 문명의 이기로 만든 다이너마이트가 살상용으로 변질된 것처럼 인터넷이 오히려 인류에게 독이 될까 두렵다. 편 가르기 공간으로 전락한 일부 그룹 채팅에서는 사이버 폭력과 사이버 왕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뉴스가 판친다. 좀비PC와 해킹도구, 심지어 청부 해킹까지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스팸, 피싱, 파밍 등의 사기성 메일이 범람한다. 랜섬웨어(병 주고 약 주는 악성코드)까지 합세해 범죄자들의 돈벌이가 되고 있다. 자살 브로커가 등장하더니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악용해 해킹 대상자를 선정하고 피해를 입히는 지능 범죄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이러려고 4차 산업혁명을 하나”라는 우려가 들 정도로 사이버 공간이 혼탁하다.
사이버 질서가 파괴되면 인류는 여러 피해를 경험하게 된다. 우선 `선량한 피해자 양산`이다. 해킹에 의한 일반인의 경제 피해는 물론 인기인이나 정치인은 헥티비즘(정치, 사회 목적의 해킹)에 방치될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정치 목적의 스팸과 불법뉴스가 난무할 것임이 틀림없다. 사회 혼란을 틈타 사기성 건강식품을 홍보하는 스팸에 무방비 상태인 노약자나 사이버 폭력에 노출된 청소년 등도 선량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사이버 질서 파괴는 사회 신뢰 파괴를 의미한다. 범람하는 가짜뉴스와 검증되지 않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글들이 범인이다. 거짓메일이나 조작된 영상물이 공범이다. 그럼에도 표현의 자유라는 탈을 쓰고 즐기는 사람까지 있다. 거짓은 진실을 와해시키고 결국에는 신뢰 사회를 망가뜨린다는 평범한 사실을 망각한 탓이다. 수신되는 메일마다 의심해야 하고, 인터넷에 게시된 기사와 사진은 색안경을 쓰고 봐야 하는 사회가 과연 정상 발전할 수 있는지 반문해 본다. 인터넷은 차라리 없어야 할 괴물일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AI 로봇, 자율운행자동차, 드론 등의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좋은 기술은 범죄에 먼저 사용된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만일 로봇이 인간을 농락하거나 드론이 도둑질과 파괴에 악용되고, 자율운행차에 감염된 악성코드가 예기치 않은 사고를 유발한다면 인명 피해와 같은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사이버 질서를 회복하고 인류의 행복을 위해 인터넷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제도 및 문화의 틀을 짜야 한다.
사이버 공간을 방어하기 위한 정보 보호 환경과 체계를 완비하고, 사이버 질서 확립을 위한 자율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유럽과 미국 등은 이미 제도의 한계를 인지하고 자율 규제를 실천하고 있다. 사이버 사회의 안정된 발전을 위해 게임, 포털, 상거래 기업들을 중심으로 문화운동이 전개돼야 한다. 목전의 이익에 급급해 사이버 질서를 방관하는 기업을 소비자가 외면하는 것이 자율 규제를 실현하는 방법이다.
사이버 사회에 걸맞은 법제도가 필요하다. 가짜뉴스를 인터넷에 유포해 대선 결과를 뒤바꾼 정치범이나 집단 사이버 폭력으로 생존을 위협한 폭력범에게 정보통신망법의 미약한 처벌은 범죄를 제어할 수 없다. 이제는 범죄 행위와 더불어 피해의 파급 규모를 제고한 사이버 법제화를 고민해야 한다. 선량한 시민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와 민간의 자율 규제가 컬래버레이션해 사이버 질서를 유지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탄핵과 대선을 틈탄 사이버 질서의 혼돈은 피해야 하는 적이다.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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