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며 정경유착 고리를 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였다. 기부금에 대한 엄격한 이사회 승인 기준을 마련한 것과 대관 조직 폐지가 골자다. 철저한 내부 규정을 세워 `제2 최순실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조치다. 삼성 쇄신안은 SK, 롯데, LG 등 주요 그룹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앞으로 삼성 모든 계열사는 외부 출연금과 기부금을 집행할 때 이사회나 이사회 산하 위원회 승인을 받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10억원 이상 기부금, 후원금, 출연금을 낼 때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대외 후원금 투명성 강화안을 내놨다.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의 집행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사전 심사를 위한 `심의회의`도 신설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이사회가 아닌 경영위원회에서 외부 후원금 집행 여부를 결정했다. 자기자본 0.5%(약 6800억원) 이상 특수관계인은 50억원 이상일 때만 이사회에서 결정했다.
삼성전자 외 타 계열사의 이사회 의결 기준 금액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먼저 제시한 10억원 기준 수준으로 대부분 맞춰질 전망이다. 심의회의와 같은 기능이 각 계열사에 도입될 전망이다.
하지만 회사가 이미 정한 방향대로 찬성표를 던지는 대다수 대기업의 `거수기 이사회` 특성상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경제학과 부교수는 “예를 들어 삼성 모 계열사가 OO협회에 수십억원을 지원한다고 했을 때 이사회가 반대표를 던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오히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사회에 책임을 돌리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보다 면밀한 사후 방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이 그룹 차원의 대관 조직을 없애는 초강수도 정경유착 고리를 끊는다는 의지가 담겼다. 정부나 국회와의 교감이 자칫 삼성 꼼수로 해석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계열사별로 일부 기능을 두더라도 꼼꼼한 시스템으로 투명성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쇄신안은 SK, LG, 롯데 등 재계로 스며들고 있다. 대기업 다수가 `최순실 사태` 창구로 지목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탈퇴했다.
기부금이나 외부 활동비 집행에 대한 투명성 강화 대책도 확산 중이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는 이사회를 거쳐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10억원 이상 후원금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집행하고 외부로 공개하기로 했다. SK그룹 다른 계열사로 확산 가능성이 높다.
LG그룹은 “기부금과 출연금을 포함해 비용 집행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강화할 장치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